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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인이 부르는 사의 찬미, 카니발(the last day)

판타지아-FantaS..Ear

by 다락방지기 2016. 12. 25.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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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인이 부르는 사의 찬미, 카니발(the last day)


가인이 발표한 미니앨범 End Again의 주제는 삶 그리고 죽음입니다. 

대중가요에서 쉽게 볼수 없는 소재이다보니 흥미를 갖게 되었고 리뷰와 함께 포스팅을 해보려고 합니다.


죽음을 재료로 만들어낸 선율


오래전부터 예술에 있어 죽음은 드라마틱한 결말로써 단골소재와도 같았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예술에 있어서 죽음은 참 매력적인 소재였죠. 

이야기를 극으로 치닫게 만들고 이야기가 끝난 후에도 긴 여운을 남기는 소재이기 때문이죠.


비극적 죽음하면 빼놓을 수 없는 로미오와 줄리엣


죽음이 신비로움과 함께 무겁고 어두운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죽음은 현실을 살고 있는 그 누구도 아직 체험하지 못한 것이기도 하니까요. 

그렇기에 우리가 바라보는 죽음을 맞이하는 당사자 보다는 보내는 이의 시선에 맞춰진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죽음을 맞이하는 이의 시점으로 바라본 죽음

하지만 가인은 죽음을 카니발 축제에 비유하는 파격적인 선택을 합니다.

게다가 이 메세지를 전하는 화자가 죽음을 맞이하는 당사자라는 면에서 더욱 큰 파격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런데 더 큰 파격은 그녀가 죽음을 맞이하는 관점입니다.

가인은 죽음을 행복과 축제의 시작이라고 노래합니다.

경쾌한 멜로디와 함께 카니발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가사까지 곁들여서 말이죠.


화사한 가인의 타이틀 포스터


죽음을 축제에 비유하는 파격

그녀의 메세지는 뮤직비디오를 통해 더욱 분명하게 전달됩니다.


특히 육신을 불태워 장사지내는 화장(火葬)을 불꽃놀이로표현한 장면에서는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 입니다.


시신을 운구하는 운구차의 행진과 시신을 불태우는 화장을 의미하는 불꽃놀이 장면



이청준의 장편소설 <축제>와 맞닿은 주제

그런데 이런 가인의 시선이 낯설게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학창시절 문학작품을 배우며 이청준의 <축제>라는 소설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장례를 치루며 가족과의 갈등을 풀어나가는 이야기인데

죽음을 계기로 갈등이 녹아내리고 가족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에서 죽음을 축제의 시작으로 본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임권택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되기도 했는데 당시 어린 학생이었던 저에게는 다소 이해할 수 없는 관점이었습니다.

죽음이 축제가 될 수 있다고? 혹시 고인에 대한 모욕이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구심도 있었구요.

물론 소설에서도 그러한 의문에 답을 주는 내용이 있습니다.


같은 주제를 가진 CD와 책의 신기한 조합


죽음은 축제의 끝이 아니라 시작

하지만 가인의 카니발이란 곡을 통해서 더 쉽게 그 의구심을 걷어낼 수 있습니다.

가인의 카니발에서 죽음을 축제로 표현하는 이는 죽음을 맞이하는 당사자이니까요.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과거를 후회가 아닌 행복으로 간직하고자 하는 카니발의 메세지를 보며

이청준의 축제가 떠오른 것은 이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welcome to my carnival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된 End Again

브아걸 시절부터 함께한 조영철 프로듀서와 작곡가 이민수, 작사가 김이나의 조합이 최고조에 달한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수록곡의 구성에서도 굉장한 고민이 느껴지는데요. 

첫 곡은 Carrie(The first day)로 시작됩니다. 이어지는 곡 Carnival(The last day)의 인트로와도 같은 곡이죠. 

캐리에서 삶의 시작과 사랑을 나눈 생애를 노래하고 이어지는 카니발에서 아름다운 죽음을 노래하는 구성이 재밌습니다. 

그리고 반도네온 연주가 고상지의 반딧물이의 숲과 비밀이란 곡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하일라이트는 가장 마지막 트랙입니다. 

Begin Again이라는 연주곡이 마지막을 장식하는데 뮤직비디오를 보신분이라면 귀에 익은 선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뮤직비디오의 전반부에 흘러나오는 그 연주곡이기 때문이죠. 

듣다보면 이 곡이 인트로 같은데 왜 마지막에 수록되어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그 해답은 금새 알게됩니다. 

곡의 마지막에 가인이 My name is Carrie라고 속삭이며 끝이나는데요. 

그리고 다시 첫트랙으로 돌아가면 캐리라는 곡이 이어집니다. 즉 죽음과 환생의 반복이 이 앨범의 주된 메세지라는 것이죠. 


my name is Carrie.. 덕분에 죽음-삶-죽음-삶으로 끝없이 반복되는 구성으로..


앨범의 타이틀이 End Again인 것도 설명이 되는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굉장히 놀랍고 재밌었습니다. 

이전 앨범 Hawa에서도 앨범 전체를 하나의 주제로 연결했던 가인이었는데 이번 앨범 역시도 하나의 이야기로 앨범을 구성한 것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음악과 책이 연결되서 만나진다는 점에서 재밌겠다 싶어 남겨본 포스팅인데... 막상 써보니 재미는 저만의 몫인가 싶기도 하네요...^^

가인 Fan Art by J-Beom


지독한 게으름으로 인해 활동이 모두 끝난 시점에서야 포스팅을 한다는 점도 너무 아쉽네요.
쉽게 묻히긴 아까운 수작인데 말이죠.
가인의 다음 앨범은 반드시 빠른 포스팅을 해봐야겠습니다.
뮤즈 가인의 생명력 역시 End가 아닌 Again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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