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내 다루어지고 포스터에도 그려진 봉숭아물은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부모의 이혼으로 외톨이 같은 지아는 엄마와 다정한 선이의 모습이 부럽기만하고 이를 가시 돋힌 시기로 표현해냅니다. 선이의 엄마가 정성스레 싸준 오이김밥을 먹지 않고 집이 덥다고 타박하고 심지어 자신의 전화기를 사용하는 선이에게 면박을 주기도 하는 등 지아의 가시 돋힌 행동들은 곧 선이네 화분의 꽃들을 떨구는 장면으로 은유됩니다. 하지만 지아가 좋은 선이는 지아가 떨궈낸 봉숭아 잎을 정성스레 모아 지아의 손에 물을 들여주고 지아의 마음 속 상처를 치유해보고자 노력합니다. 선이의 마음이 지아에게 물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듯 말이죠. 이후에도 손톱에 물든 봉숭아물은 선이의 심리를 표현하는데 여러모로 사용됩니다. 지아와 사이가 멀어지는 것이 손톱에서 봉숭아물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마지막에 선이가 지아에게 다시 한번 다가고자 용기를 낼때도 감독은 선이의 손톱 끝에 남은 봉숭아물을 클로즈업해 잡아내는 등 선이의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들을 봉숭아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였습니다.
주인공 이선과 한지아를 포함한 모든 인물들에게 있어 소통은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이것은 어려움에 처한 상황일때 더 격하게 나타나는데요. 학교에서 왕따로 시달리면서도 집에 와서는 굳게 입을 다무는 선이와 자신의 아버지와 갈등 하며 이를 누구에게도 터 놓지 않고 오로지 술로만 마음을 달래는 선이의 아버지의 모습에서 이것은 더 극적으로 드러납니다. 결국 이러한 불통은 아버지가 알콜중독자라는 소문으로 까지 확대되며 폭발하는 장치가 됩니다. 이렇듯 이 영화는 모든 인물에게 있어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라는 메세지를 끊임없이 던지는 듯 합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침상을 바라보며 눈물 흘리는 선이의 아버지의 모습은 체육시간 선이의 용기있는 한마디 ‘말’로 인해 변화한 선이와 지아와의 모습과 대비됩니다. 감독은 마음 그 자체는 소중한 것이지만 그것만으로 상대를 변화시키는 것은 힘들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게 아닐까요. 따뜻한 말 한마디면 모든게 해결되는데 그걸 몰랐던 선이처럼 말이죠.
이 영화의 제목이 아이들이 아닌 우리들인 이유
소통하지 않고 표현하지 않고 혼자 끙끙 앓으며 내 마음이 전해지지 않음에 상대를 탓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으셨나요? 혹시 이 영화를 보시고 소녀들의 작은 투닥거림이 영화의 전부라고 생각하셨다면 조금만 더 넓게 봐주시길 권합니다. 아마도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은 아이들이 아니라 우리들이 아닐까 싶거든요. 2016년 본 영화 중 가장 인상깊었던 영화를 꼽으라면 저는 단연 이 영화 <우리들>을 꼽고 싶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영화의 가치를 인정 받아 베를린, 체코 등의 영화제에도 초청 받은 듯하더라구요. 보다 더 많은 '우리들'에게 이 영화 '우리들'이 전해지길 바라보면서 이번 포스팅을 마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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