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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비웃는 광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티비홀릭-TV Holic

by 다락방지기 2014. 1. 6.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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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틀면 쏟아지는 광고 하루이틀 봐오던 것이 아니지만 어제 그리고 오늘 두 편의 광고를 보고 참으로 놀랐고 불쾌했습니다.


제가 본 광고 두 편이 "우리 상품 좋아요"가 아니라 "당신은 무지한 소비자에요"라며 비웃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기 때문이었습니다.




첫번째, 바보가 되어 우리학원에 등록해줘!


 불쾌했던 첫번째 광고는 바로 마녀사냥으로 상종가를 올리고 있는 성시경과 허지웅이 출연한 토익학원 광고였습니다. 이 광고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소파에 앉아있는 성시경이 말합니다.

"영어를 12년 동안 배웠잖아 근데 아직도 토익을 영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니까"




이 대사를 하며 처음에는 허지웅을 바라보지만 중반부부터는 정면을 응시합니다.

즉 브라운관 너머에 있는 대상을 향해 말하는 것이죠.


이것은 허지웅이 등장하며 더 확실해집니다. 허지웅은 성시경 옆에 앉으며 비웃듯 말합니다. 

"진짜?" 

그리고는 성시경과 함께 카메라 너머로 한심하다는 듯한 시선을 내비칩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성시경의 멘트 "영어는 기술이야"로 마무리되죠.



  물론 성시경의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서 토익은 영어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취업을 위한 일종의 자격시험 정도로 인식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공공연한 비밀과도 같았습니다.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모두 바보가 되는 것이니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그토록 왜 그것을 공부했던 것이지?'라는 의문과 함께 말이죠.


그런데 이 광고에서는 그 공공연한 비밀을 직설적으로 내뿜습니다. 토익을 공부 즉 영어라고 생각하는 것은 바보같은 생각이라고 말이죠.


이렇게 이 광고는 큰 실수를 범하고 있습니다. 광고를 보고 이 학원에 수강하는 학생 즉, 자사의 소비자를 바보로 만드는 잘못을 범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 광고에 동조한다는 것은 두 사람이 한심한 듯 쳐다본 그 대상이 된다는 것이 됩니다. 다시 말해 영어를 기술이라고 믿지 않은 바보가 바로 나였다라고 깨달았다고 자인하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죠.




두번째, 너의 제품이 구형이 되어도 결코 미안하지 않아!


  두번째 광고는 방수기능이 추가된 스마트폰 광고였습니다. 이 광고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두 여성이 화장실에서 마주칩니다. 

나중에 들어온 여성은 자신의 새 폰을 

잘보이게 옆에 내려놓습니다.



그것을 본 친구가 립스틱을 바르며 무심한 듯 

"갤럭시S4로 바꿨어? 내꺼랑 똑같네?"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기분 나쁜듯 속으로 되뇌입니다.

"똑같애?"




그리고는 보란듯이

휴대폰을 물에 박박 씻습니다.

친구는 그 모습에 놀라

그 광경을 바라만 봅니다.

우와 제껀 방수도 되잖아라는 표정으로 말이죠.


 이 광고는 기존의 자사폰에 방수기능이 추가된 새 제품의 기능을 아주 재밌고 간단하게 보여줍니다. 이 제품을 구입할 사람들이 받을 질문을 미리 예상하고 그에 대한 대응팁을 알려준 것에 있어서도 아주 센스가 넘친다고 볼 수도 있겠죠. 타사의 폰이 옆에 등장하지 않는 것도 이유는 있어 보입니다. 별다른 추가기능 없이 방수하나 추가된 이 제품을 구입할 동기를 만들어주기 위해선 기존의 자사폰으로 비교를 해주는 것이 더 정확한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그 옆의 친구 기분은 어떨까요? 즉, 방수가 되지 않는 스마트폰을 이미 구매하고 이 광고를 보게 될 소비자의 기분 말이죠.


  물론 갤럭시S4의 출시가 2013년 4월에 진행되었으니 이제 1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구형 아닌 구형모델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전자제품을 쓰는 소비자들이 가장 신경쓰여하고 조바심을 내는 것이 신제품 출시로 인해 자신의 제품이 구형이 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분명 발칙한 광고임이 틀림없습니다. 다시말해 신규고객을 위해 기존고객을 한순간에 바보로 만드는 이상한 마케팅이 되어버린 것이죠. 기업입장에서 자사의 제품을 구매해준 고객이 더이상 안중에도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도 하구요. 


  이 광고를 통해 갤럭시S4 액티브 소비자는 자부심을 얻게 되겠지만 반대로 갤럭시S4를 구매했던 소비자들은 홀대받았다는 기분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할 것입니다. 방수기능이라는 것이 최첨단 기능도 아닐터.. 애초에 탑재하지 않고 1년 가까이 지난 후에 새로운 모델로 탈바꿈하여 출시한다는 점에서 말이죠. 


  신제품 출시간격이 약 1년 주기로 이루어지는 것을 감안한다면 차기 플래그쉽 모델의 출시도 그리 오래 남지 않았을텐데.. 그때는 저 친구가 갤럭시S5를 들고나와 비웃으며 복수를 하지 않으려나 하는 우스운 상상도 해봅니다.




나쁜 광고가 사랑 받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게 제가 저 두 편의 광고를 보고나서 불쾌함을 느낀 이유였습니다. 물론 저는 취업준비를 위해 토익을 공부하는 사람도 아니고 방수가 되지않는 갤럭시 사용자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광고가 불쾌하게 느껴졌다는 것은 저 광고의 범주안에 있는 사람들은 더 큰 불쾌감을 느꼈다는 것이 되지 않을까요?


  언젠가 부터 우리 사회에서 나쁜 말을 하는 사람이 매력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상대방을 배려하기위해 애둘러 말하는 것이 고리타분하다고 느끼기 시작했고, 반대로 속시원히 내지르듯 말하며 상대를 곤경에 빠뜨리는 것이 내 속을 후련하게 뚫어주는 미덕이라 느끼게 된 것이죠. 


  이제는 광고시장에서도 그 미덕이 통하나 봅니다. 광고가 자신의 가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선택하지 않는 소비자가 얼마나 어리석은지 직접적으로 알려주고 싶어 하는 걸 보면은요.



이렇듯 당신을 비웃는 광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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