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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디셈버: 끝나지 않은 노래 공연 후기

판타지아-FantaS..Ear

by 다락방지기 2013. 12. 30.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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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뮤지컬 시장은 외국 뮤지컬의 라이센스 버전 

혹은 히트 영화를 뮤지컬로 만든 무비컬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순수 창작 뮤지컬의 막이 오른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는데요.

그것도 김광석의 노래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많은 뮤지컬 팬을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故 김광석 50주년 기념 뮤지컬이라는 타이틀로 올려진 디셈버: 끝나지 않은 노래

12월 24일 공연을 제가 다녀왔는데요!! 지금부터 공연 리뷰를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디셈버의 기대포인트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첫째는 김광석의 노래를 소재로 한다는 것입니다. 작곡가 이영훈의 곡으로 이야기를 구성한 뮤지컬 광화문연가가 큰 호평을 받았듯 김광석의 주옥같은 노래들로 창작 뮤지컬을 만든다는 점에서 뮤지컬 팬뿐 아니라 뮤지컬을 즐기지 않던 팬층까지도 끌어 안을 수 있었던 포인트였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 뮤지컬에서는 김광석의 미발표곡 12월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공연인 것 같습니다.
  
  둘째는 장진의 연출작이라는 것입니다. 지금껏 수많은 영화의 연출과 각본을 담당하기도 하였고, 연극에서도 뼈가 굵은 연출자였던 만큼 다소 불안한 시도가 될 수 있는 창작 뮤지컬에 힘을 더해준 것 같습니다.

 셋째는 뮤지컬 흥행의 주역 김준수가 출연한다는 것입니다. 무려 7만장의 티켓이 오픈되었는데 김준수의 회차 공연은 90%가 판매되었다고 하니 그 위력을 다시 실감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준수가 거느리는 해외팬 덕분에 현장판매율 역시 50%가 넘는다고 하니 대단한 것 같기도 하네요. 사실 저 역시 이 인기가 대체 어디서 나오는것인지 궁금한 마음에 김준수 회차를 예매하였습니다.



  2013년 12월 24일 디셈버가 공연되는 세종문화예술회관 대극장 로비는 사람들이 한가득이었습니다. 김준수가 공연하는 회차답게 여성관객들이 굉장히 많더라구요. 어쨌든 예매한 표를 받고 포토월에서 사진도 한장 박은 후에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김준수 군의 팬이 워낙 열성적이고 대규모인지라 1층의 좌석은 꿈도 꿀수가 없었고 2층 뒷좌석도 간신히 구했습니다. 덕분에 오페라 글래스(망원경)를 대여하여 입장하였는데 오페라 글래스의 대여 그리고 뒷좌석의 구매를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극장이 매우 큰 나머지 2층 뒷좌석에서는 배우의 표정이 오페라 글래스로 보지 않으면 전혀 보이지 않더라구요. 오페라 글래스가 있다해도 이것으로 배우의 동선을 따라가며 감상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결국 그냥 맨눈으로 감상하게 되는 부분 많았구요. 자리의 여유가 있다면 꼭 1층 혹은 2층의 앞쪽을 추천합니다. 2층 앞은 생각보다 아주 가깝게 보이더라구요.



1막 : 지욱과 이연의 만남 그리고 이연의 죽음

  지욱(김준수)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공연.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사랑 이야기인데요. 연출자가 장진이라는 것을 알려주듯 이야기가 매우 경쾌합니다. 곳곳에 유머코드도 많구요. 게다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라는 이점이 공연의 격을 더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선 음향이 아주 좋았구요. 좌석 앞의 LCD를 통해 곡의 제목이 표시되는 점도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배우의 연기면에서는 주연을 맡은 김준수의 연기와 가창이 괜찮더라구요. 기존의 가요에서도 준수의 창법에 바이브레이션이 많아 담담하게 불러내야하는 김광석의 노래와 어울릴까 하는 걱정이 좀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김광석의 곡들과 위화감 없이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연 역의 김예원 역시 수준급이더라구요. 나중에 알고보니 써니의 소녀시대 리더로 출연한 배우던데 발성이 좋아서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훈 역의 이창용 역시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만족스러웠구요. 반면 중견배우인 송영창 님의 가창이 컨디션 문제인지 조금은 불안하게 들렸던 것 같습니다. 눈물연기를 함께 하면서 노래까지 소화해야하는 부분이기에 어느 정도 감안은 했지만 그래도 좀 몰입이 안되더라구요. 또한 이야기의 흐름이 좀 산만하고 장난스러운 부분이 지나치게 많아서 좀 아쉬웠습니다. 특히 김광석의 넘버 중 그 가치가 매우 높다고 생각되는 '서른 즈음에'가 아주 장난스러운 장면에 사용되어 아쉬움이 컸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곡들이 완곡형태가 아닌 일부만 불리는 형태라서 모두 완곡이었다면 안그래도 긴 공연이 더 늘어졌겠지만 그래도 중요한 곡들은 좀 완곡으로 불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개인적으로는 줄일건 노래가 아니라 연기 부분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첫곡으로 사용된 부치지 못한 편지는 클라이막스에 쓰여도 손색이 없을만한 곡인데 초반부에 아주 잠깐 스치듯이 등장하고(개인적으로는 이 곡이 이연의 죽음 후에 불려졌다면 더 극적효과가 높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서른 즈음에 역시 1절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채 장난스럽게 뚝 끊어버리는데 이게 뭐지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구요. 노래보다 연기가 더 중점이 되어서 진행되다보니 이게 연극인지 뮤지컬인지 구분이 안되는 느낌이 좀 강했습니다. 김광석의 노래를 기대하고 가시는 분이라면 이 부분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느끼지 않을까 싶습니다.




2막 : 20년 후, 이연을 꼭 닮은 화이를 만나다

  2막의 전체적인 내용은 지욱이 사랑하던 연인 이연이 죽고 20년이 지난 후의 이야기를 다루게 되는데 이 작품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구성이었습니다. 갑자기 40대가 된 지욱은 말할 것도 없고 1막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훈이 정치인이 되는 설정도 이게 뭐지 싶을 정도로 앞뒤가 맞지가 않았으며, 총 3시간 10분이라는 공연의 길이를 몸소 체험하게 만드는 지루함이 너무도 커서 아쉽더라구요. 아마도 김광석의 노래가 중심이 아니라 배우의 연기에 더 무게를 둔 구성이라는 것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전혀 다른 내용의 노래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녹여낸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구요. 이 점은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불필요한 장면들이 너무나도 많아보여 저 뿐만 아니라 다른 관객들도 매우 지루해하는 모습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게다가 갑자기 40대가 되어버린 지욱을 젊고 아이돌의 색채가 강한 준수가 소화한다는게 무척 어색했구요. 정치인이 된 그의 친구 훈은 매우 나이가 들었는데 지욱은 여전히 20대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잘 맞지가 않았습니다. 차라리 2막은 더블캐스팅인 박건형이 더 잘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여기에 죽은 이연과 똑같이 생긴 화이가 등장하고 그녀에게 사랑을 느낀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않는 부분이 너무 많았습니다. 지욱이 화이를 사랑하는 것인지 이연을 사랑하는 것인지가 공연의 마지막까지도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아서 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구요. 




  디셈버의 전체적인 리뷰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용두사미였습니다. 이제 막 시작한 창작극인 만큼 한계를 보듬어 주고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좋겠지만 그렇다고 하기에 티켓값이 너무 높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 작품에 준수가 아닌 다른 배우가 캐스팅이 된다면 지금의 열기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좀 듭니다.

  개인적으로 라이센스 뮤지컬 홍수 속에서 창작 뮤지컬이 더 크게 성장하기를 너무나도 염원하는데 이런 부분이 잘 개선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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