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가 정말 대한민국입니까?

김연아가 대한민국이라고?

 에너지 기업 E1의 올림픽 응원 광고 '당신은 대한민국입니다'가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호평은 E1의 광고를 반대로 뒤집은 패러디 영상 '당신은 김연아입니다'가 받고 있습니다. 김연아에 대한 사랑이 지대하고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의 활약에 대한 기대 역시 큰 만큼 E1 측에서는 김연아에게 힘을 실어주는 광고를 만들고자 한 것 같은데요. 그런데 오히려 이 광고가 혹평 받고 또 이를 반대로 뒤집은 패러디 영상이 호평 받는 것은 김연아를 응원하는 E1의 화법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받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인 것 같습니다.

'나는 대한민국이다'가 대체 어땠길래?

  

 광고는 '너는 김연아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김연아 선수는 한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상징이라 주장합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이러한 화법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광고가 내재하고 있는 전체주의적인 관점에 우려의 시선을 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개인보다는 사회전체를 즉, 사회를 대변하는 국가가 모든 공을 갖게 된다는 맹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광고를 보는 대중들은 불편함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김연아가 피겨여제로 우뚝 서는 과정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는 우리 국민들로써는 이러한 관점이 개인의 힘으로 일군 성과를 국가가 가로챈다는 느낌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습니다. 김연아의 최대 국적이라는 말까지 우스갯 소리로 나올 정도니까요. 실제로 김연아의 커리어가 완성되는 과정까지 한국피겨의 전반적인 스스템이나 인재 양성 프로그램은 전무하다시피 했습니다. 심지어는 연습할 링크가 없어 일반인들과 빙상장을 나눠 쓰며 연습하기 까지했는데 이런 모습들을 기억하는 대중은 당연히 이 광고에 후한 평을 내릴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진정 선수는 올림픽을 즐기 수 없는가? 

  사실 김연아 선수는 2010 벤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의 영광을 차지하며 이미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였습니다. 김연아 자신도 많은 인터뷰에서 이번 올림픽의 목적은 즐기기 위함이라고 말해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떠오른 러시아 피겨선수인 리프니츠카야와의 비교에 있어서도 자신은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고 선을 긋기도 한 바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김연아에게 큰 부담만 안겨주는 이런 방식의 응원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게 하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이 된 김연아를 제자리로 되돌려 놓은 영상 

 이 영상은 말합니다. '당신은 대한민국이 아닙니다' '당신은 피겨약소국의 한 운동선수입니다' '당신은 언제나 최선을 다한 챔피언이고' '당신은 어린 후배를 위해 기꺼이 다시 뛰어오르는 선구자입니다' '당신은 김연아입니다' '당신이어서 고맙습니다' 철저하게 E1의 화법과는 반대로 이야기 한 이 영상은 오히려 대중의 열렬한 지지를 얻어내고 있습니다. 영웅 김연아를 거인적 존재가 아닌 한 개인으로 되돌려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큰 공감을 얻어내고 박수를 받는 것은 이제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한때 선수가 개인이 아닌 국가로 취급되던 시절 선수는 최고가 되지 않으면 냉대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최고가 되는 것은 애국 그렇지 못한 것은 애국이 아닌 것으로 평가받기도 했죠. 하지만 이제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와 애국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성공이고 그것이 국가의 기쁨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결코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죠. 덕분에 메달의 색에 따라 다른 축하를 하는 것이 아닌 성숙한 응원문화도 만들어져 가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상이 전해주는 메시지는 강렬합니다. E1의 광고와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대표선수 김연아를 응원하지만 그 화법이 전혀 다름에 따라 선수 개인에게 부담을 지워주며 애국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한 선수를 개인에 대한 사랑과 애정으로 또 진정한 팬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일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답합니다. 김연아는 대한민국이 아닙니다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