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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의 색깔 블루, 아이유가 파란 꽃을 피워내기까지 - Blueming (5th Mini Album: Love Poem)

판타지아-FantaS..Ear

by 다락방지기 2019. 12. 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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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의 색깔 블루, 아이유가 파란 꽃을 피워내기까지:Blueming (5th Mini Album: Love Poem)

한때는 국민여동생으로 불렸지만 이제는 어엿한 뮤지션이 된 아이유가 돌아왔다.

2008년 미아로 데뷔해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겨 활동 12년차로 접어든 중견가수(?)가 되었다.

좋은 날이란 성공의 문을 열고 고민의 종착점 팔레트에 다다르기까지 그녀는 긴시간 고민하고 또 성장을 거듭했다. 그리고 매번 아이유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색으로 표현했다.

빨간색과 보라색 그리고 파란색으로,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러한 아이유의 색깔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국민여동생 그리고 아이돌 IU, ‘좋은 날’, ‘너랑 나’, '분홍신’의 색 RED

2010년 발매된 미니앨범 3집 REAL의 타이틀곡 좋은날은 그녀를 단숨에 최정상에 올려놓았다. 작고 귀여운 외모와 달리 시원하게 터져나오는 3단 고음은 아이유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이어 다음 해에 발매한 정규앨범 2집 Last Fantasy의 너랑 나 역시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여전한 국민여동생이었다. 하지만 2013년 발표한 정규 3집 Modern Times의 분홍신으로 그녀는 국민여동생의 옷을 벗어던진다. 2집 앨범의 타이틀이 Last Fantasy임을 감안한다면 그것은 예견된 행보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유는 여전히 고민 속에 살고 있었다. 성숙한 메이크업과 음악으로인해 겉으로는 국민여동생과 아이돌 이미지를 벗어난듯했지만 음악적으로는 여전히 수동적인 인형에 불과한 순간이었다. 또한 대중은 여전히 그녀를 아이돌로 인지하고 있었다. 

아이유의 발에 신겨진 빨간구두
빨간구두로 부터 도망치고 있는 아이유, 빨간구두가 지난 자리는 흑백으로 변한다. 이 구두는 성공을 가져다주지만 신은 이의 색은 사라질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분홍신은 동화 빨간구두에서 모티브를 얻어 화려한 아이돌의 삶이란 축복과 저주의 구두를 신고 영원히 춤춰야하는 숙명을 지닌 스스로를 자조적인 느낌이 강하게 존재한다. 아이유의 타이틀곡의 작사를 전담하다시피한 김이나가 아이유와 정서적으로도 매우 가까운 것을 감안해볼 때 분홍신은 아이유의 고민을 이야기로 옮긴 것이 맞다고 보여진다.

또한 당시의 아이유는 화려했지만 진실 되지 않은 순간을 살고 있었다는 이후 앨범들의 표현을 통해서도 유추해볼 수 있다.

이처럼 화려하지만 인형처럼 움직여야했던 그 순간의 음악을 아이유는 빨간색으로 표현한다. 

분홍신의 영어제목이 The Red Shoes인 것도 같은 이유로 보여진다. 

하지만 이런 고민이 담긴 정성스런 앨범이었음에도 정규 3집 앨범 타이틀 분홍신은 실패에 가까운 성공이었다. 표절시비로 인해 꽤나 시끄러운 잡음이 있었는데 대중은 작곡가가 항변한 장르의 유사성 발언을 뻔뻔한 변명 쯤으로 받아들였다. 참고로 나는 작곡가의 입장을 지지하는 편이다. 좋은날부터 분홍신까지 꾸준히 타이틀을 담당한 작곡가 이민수는 음악적 역량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다. 좋은 날은 물론 너랑나, 분홍신 모두 화려한 세션과 함께 오케스트라까지 켜켜이 쌓아올려져있는 꽉찬 구성이다.  

이유야 어찌됐던 결과는 아이유에게 좋지 않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뮤지션 아이유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분홍신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선보인 리패키지 앨범에서 선보인 자작곡 ‘금요일에 만나요’가 크게 히트한 것이다. 여기에 이후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선보인 ‘레옹’ 또한 크게 성공하면서 아이유가 노래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작곡에도 소질이 있다는 것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아이유는 다음 앨범을 직접 프로듀싱하게 되는 기회를 얻게 된다.

 

아이돌과 뮤지션의 경계에 선 IU, ‘스물셋’과 ‘팔레트’의 색 Purple

스물셋- 챗셔

첫 트랙에서 마지막 트랙까지 자신이 프로듀싱한 앨범 Chat-Shire는 뮤지션 아이유의 시작을 대중에게 알린 앨범이었다. 그리고 이 앨범의 타이틀곡 스물셋을 통해 아이유는 그동안 자신이 해온 정체성의 고민을 용기있게 털어놓았는데 이 역시 큰 사랑을 받는다. 

Red(아이돌)와 Blue(뮤지션) 정체성 혼란으로 고민하던 스물셋

스물셋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표현한 곡이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정체성 고민에 대한 과정이 매우 은유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표현되어 있다. 아이돌의 색(Red)과 뮤지션의 색(Blue)를 상징하는 두가지 색의 초를 23살 생일 케이크에 꽂아놓고 거기에 얼굴을 박는 모습은 그녀의 고민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렇듯 아이유는 고민에 결론을 내지 못하고 빨간색과 파란색이 혼재된 보라색의 정체성을 갖게 되었음을 고백한다. 

아이유의 트레이드 마크 같던 보라색 마이크

그렇기에 이 앨범은 전체적으로 보라색으로 뒤덮여있다. 심지어 이 앨범을 기점으로 아이유는 보라색으로 칠해진 마이크를 사용하게 된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도 자아찾기이다. 그래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앨범을 구성하였다. 챗셔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신비로운 고양이의 이름이기도 한데 진짜 나를 찾기 위해 모험을 하는 과정이 앨범 전체의 주제이다.

하지만 이 앨벙은 예상치 못한 논란에 부딪치고 말았다. 아이유가 로리타 판타지를 옹호하고 구현해 대중들로 하여금 섹슈얼 테러리즘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 논란의 주된 내용이었다. 앨범에 수록된 제제는 물론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내놓았던 레옹이라는 컨셉 또한 그 증거로 사용되었는데, 당시 꽤나 논란이 뜨거워 아이유는 사과문을 내놓기에 이르렀고 활동도 길게 하지 못했다. 

꺼내놓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무척 억울했을 것 같아 보인다. 

그녀는 논란이 된 그 지점의 모습을 옹호하고 지향한것이 아니라 고민하고 있었고 그것을 벗어던지고 싶지만 두려움이 있음을 토로하고 있는 스물 셋의 자신의 정체성을 내놓았을 뿐이다.

로리타 컨셉이라고 비난받은 그 장면은 사실 아이유의 고민이 표현된 장면이었다. 맥락 없이 부분만 들춰져 문제로 인식되었던 것은 아닐지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고 부분의 표현을 부각하여 논란이 된 이 앨범은 그래서 개인적으로 참 안타까운 앨범이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이유의 빠른 사과와 더불어 방송활동을 크게 하지 않은 앨범이기에 논란은 오래가지 않아 사그라들었다. (물론 그 시점부터 지금까지 아이유의 안티는 챗셔 논란을 가장 큰 근거로 삼는다..…)

 

팔레트

어느덧 아이유는 스물 다섯이 되었다. 그리고 스물 셋의 고민을 회상하며 고민을 마무리 짓는 팔레트를 선보인다. 이 곡은 그동안 만들어진 아이돌로 살아오면서 느낀 방황의 시간들을 보듬으며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아이유는 분홍색 옷을 입고 국민여동생으로 불리던 그 시절을 보듬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핑크색(아이유의 색깔에서는 RED와 혼용되어 사용)보다 보라색이 좋다고 선언한 스물셋의 아이유를 보여준다. 하지만 정체성 고민을 하던 시기라 표정은 불안하다.

그래서 팔레트 가사에는 ‘좋은 날 부를땐 참 예뻤더라’라는 과거의 자신을 보듬는 구절이 있다. 아이유는 자신의 과거 좋은 날, 너랑 나, 분홍신을 멋지게 완성된 고정된 그림 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어떠한 그림도 멋지게 그려낼 수 있는 다양한 색의 팔레트라는 사실을 스물다섯이 되어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 귀여운 국민여동생도 어쿠스틱한 노래를 부르는 뮤지션 아이유도 모두 자신이라는 색이 만들어낸 다양한 그림들임을 깨닫는다. 그렇게 아이유는 자신을 상징한 색인 아이돌(RED)과 뮤지션(BLUE) 합쳐진 보라색이란 자신의 정체성을 기쁘게 껴안는다. 

이제는 Blueming, Blue


2019년 미니앨범 5집 Love poem을 발표한 아이유. 타이틀곡은 블루밍(Blueming)으로 꽃을 피우는 Bloom과 파란색을 의미하는 Blue를 합친 언어유희적 표현이다. 스물다섯 고민의 끝을 알린 팔레트를 기점으로 아이유는 좀 더 자신있게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대중의 사랑을 받기 위해 예쁘고 세련된 모습에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투박하고 촌스러운 옷을 입어도 스스로를 사랑하고 솔직하게 자신을 음악으로 터놓으면 사랑받을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아이유는 Blue(뮤지션)의 색을 피워내기로 결심한다. 그 신호탄을 알린 것이 블루밍이다. 

보라색을 넘어 이제는 당당한 파란색을 드러낸 아이유. 그래서인지 오랜시간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보라색 마이크는 이제 파란색으로 변해있다.

이제 아이유의 마이크는 파란색

정체성의 고민을 마친 뮤지션으로서 내놓은 첫 앨범이기에 담겨있는 한 곡 한 곡을 정성스레 손질해서 완성한 듯한 느낌이 역력하다. 그런데 조금 신기한 트랙이 눈에 띈다. 바로 시간의 바깥이다. 한때 스스로가 사랑하지 못했던 그 시절의 노래 ‘너랑 나’의 연작으로 이어진 이 곡은. 아이돌 시절 자신의 타이틀곡을 전담 했던 이민수 작곡가의 곡이다. Blue(뮤지션)을 표방하는 앨범에서 Red(아이돌) 심지어 판타지를 소재로 한 곡이라니?하며 의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 다른 차이가 있다. 이전까지는 이민수 음악을 만들고 김이나가 가사를 쓰고 아이유는 노래만 불렀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이유가 직접 세계관을 이어내 가사를 완성해냈다. 이전과 달리 곡 세계관을 아이유가 스스로 완성해낸 것이다. 또한 이는 닫혀있는 뮤지션이 되지는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가끔 지독하게 스스로의 고집으로 주변을 철옹성을 쌓아올려 대중과 소통하지 않는 뮤지션들이 있다. 그런데 아이유는 이들과는 다른 길을 걷겠다는 일종의 힌트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에필로그

두말할 것없는 성장의 모습이다. 이제 아이유는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앨범을 스스로의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더이상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음악에 담아낼 필요가 없게 되었다.

 

팔레트 앨범까지가 자신의 자아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아이유 그 자체로서의 음악이다.

어쩌면 이번 앨범이 아이유의 첫걸음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어느때보다 더 소중한 색이다. 파란색의 꽃이 활짝 만개한 이 순간을 나도 바라본다.

활짝 피어라 푸르게, Blue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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