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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는 나쁜년이 아니에요, 500일의 썸머 (500 days of Summer)

맥주와 팝콘-Movie

by 다락방지기 2016. 7. 1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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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개봉해 큰 사랑을 받았던 영화 500일의 썸머가 CGV에서 단독으로 재개봉 되었습니다. 


조셉 고든 레빗만 등장하는 오리지널 포스터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론 이 재개봉 포스터가 더 맘에 드네요.


이 영화는 자신의 인생을 바꿔줄 운명적 사랑을 기다리는 순수 청년 톰(조셉 고든 레빗)과 진지한 사랑을 원치 않는 자유로운 영혼 썸머(조이 데이 셔넬)의 애매한 사랑 이야기인데요. 우리나라에서 조셉 고든 레빗이 조토끼로 불리며 사랑을 받은 덕에 꽤 많은 매니아층이 있는 영화이기도 하고 클로이 모레츠의 어린 시절 귀여운 모습도 볼 수 있어서 여러모로 재개봉인 반가운 영화인데요 오늘 포스팅에선 500일의 썸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미국의 국민여동생 클로이 모레츠의 어릴적 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


영화의 시작에서 감독은 썸머로 보여지는 실존인물을 향해 나쁜X라는 표현을 날리고 이 영화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즉, 썸머가 부정적으로 그려져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게 만드는 대목인데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영화가 끝난 후 썸머를 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썸머는 나쁜 여자일까요? 

그래서 이 포스팅에서는 썸머가 나쁜년이 아닌 이유를 다음의 5가지 장면을 통해 설명해볼까 합니다.


첫번째, 내 말 좀 들어봐!!! 썸머는 나쁜년이야!!!


감독은 실존인물로 추정되는 그리고 영화 속 썸머인 제니 벡맨과는 절대 관련없다며 영화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나쁜년이라는 욕을 날리죠. 이것은 이 영화의 화자인 감독이 바로 톰이라는 것을 말해주며 이 영화는 전적으로 톰의 시선만으로 쓰여졌음을 선언하는 장면으로 추정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시작부터 썸머라는 인물이 톰에게 무언가 잘못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장치도 됩니다. 그런데 주변에 이별하거나 다툰 친구의 얘기를 들어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입장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상반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진실은 서로의 말을 들어봐야 알 수 있죠.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썸머의 시선과 의견은 어느 하나 반영되어 있지 않은 불완전한 정보의 영화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영화 건축학개론과도 비슷한 구성입니다. 소극적인 남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서툰사랑을 보여주며 희대의 나쁜년이라는 희생양을 탄생시키는 구성이라고 하면 맞을까요~



두번째, 어장관리녀 썸머?

썸머를 어장관리녀로 등극하게 만드는데 크게 일조한 장면입니다. 가만히 있는 톰에게 먼저 다가가 나도 스미스를 좋아해라고 말하며 꼬리치고 심지어 복사실에서는 다짜고짜 키스를 퍼부으며 톰이 썸머에게 빠져들도록 만들었으니까요.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썸머가 톰에게 호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톰의 취향에 관심을 기울인 것도 그런 의미에서였겠죠. 하지만 그 이후의 톰의 모습을 보면 조금 의아해집니다. 톰은 썸머가 자신에게 빠져들기만을 기다립니다. 그래서 썸머가 지나갈때 다시 음악을 틀어 주의를 끌어보려고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진심을 썸머에게 말하지 않고 절친인 맥켄지에게만 줄창 늘어놓습니다. 결국 맥켄지는 회식자리에서 술에 취해 톰이 썸머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털어놓지만 이에 기뻐하며 되묻는 썸머에게 톰은 친구로써 좋은 것이라고 둘러댑니다. 하지만 누가봐도 톰은 썸머를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썸머 역시 긍정적인 감정이 있었구요. 결국 같은 감정 상황에서 답답한 톰을 본 썸머가 키스를 통해 시작만 먼저 했을 뿐입니다. 톰은 썸머가 먼저 다가와주길 바라고 계속 힌트만 흘렸는데 썸머가 욕을 먹어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세번째, 링고스타를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있어?


사실 이 영화에서 취향이라고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장치입니다. 썸머가 톰에게 호감을 나타낸 것도 톰이 즐겨 듣는 음악에 관심을 표현하면서였고 이후에도 썸머와의 이별 후에 만난 어텀 역시도 톰과의 공통된 관심사인 건축으로 연결고리가 시작되는 것을 보면 더더욱 그렇죠.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썸머는 톰의 취향과 관심사를 존중해준 반면 톰은 그렇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장면이 바로 레코드샵 장면일텐데요. 링고스타가 좋다는 썸머를 향해 톰은 어이가 없다는 듯 도대체 링고스타를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냐며 비아냥 댑니다. 썸머는 자신의 취향을 늘 존중해주었데 말이죠. 여기에 한술 더떠 톰은 자신의 취향을 존중해주는 썸머의 모습을 보고 존중이라 느끼지 않고 그녀도 그것을 좋아하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그래서 썸머의 파티에 초대받아서도 그녀에게 자신이 보던 책 ‘행복의 건축’을 선물하죠. 자신이 읽는 모습을 보고 좋은 책을 읽는구나 했는데 오! 얘는 이걸 좋아하는구나 하면서 말이죠. 사실 톰은 썸머가 어떤것을 좋아하는지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니 알았어도 그런게 왜 좋아 하고 있었던 것이겠죠.





네번째, 자신의 감정만 소중한 톰


술집에서 썸머에게 치근덕대는 남자를 보고도 톰은 반응하지 않습니다. 사실 연인인듯 아닌듯 썸만 타는 썸머의 행태에 잔뜩 화가나 시위하는 모습이기도 했죠. 하지만 앞서 말했듯 썸머는 풍요속 빈곤 상태였습니다. 톰이 무한한 사랑을 주고 있다고 착각하는 그 시간 동안 썸머는 공허했죠. 이 사랑이다라고 느낄 수 있는 포인트는 당연 찾을 수 없었구요. 그런데 술집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이니 매우 불쾌할 수 밖에 없었겠죠. 그런데 여기 한술 더떠 톰이 그 남자에게 주먹을 날립니다. 그리고서 화를 내는 썸머에게 너를 위해 주먹을 날린 것이다 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톰이 그 남자에게 주먹을 날린 이유는 썸머의 불편함을 보아서가 아니라 자신을 조롱했다는 사실에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썸머는 그 사실을 잘 느꼈겠죠. 취향에서도 그랬는데 그런 상황 속에서도 톰은 썸머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하는 남자였습니다. 사실상 톰은 썸머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다는게 더 알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섯번째, 단지 내가 너의 반쪽이 아니었던 거야


이별 후에 톰이 좋아하는 장소에서 둘은 다시 재회하게 됩니다. 그리고 썸머는 톰에게 자신의 결혼 소식을 전합니다. 그리고 톰은 기가 막혀합니다. 누군가의 사람이 되는 것이 불편하다던 여자가 너무나도 쉽게 누군가의 사람이 되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긴 하겠죠. 이에 썸머는 톰에게 자신이 결혼한 이유를 천천히 설명합니다. 톰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던 배려와 사랑을 지금의 남편에게서는 느꼈다는 의미의 얘기를 말이죠. 톰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를 농락한 듯한 썸머의 모습에 분해하지만 사실 둘이 함께한 시간동안 톰은 썸머를 보듬어주지 못했고 톰이 썸머의 운명적 상대라는 사실을 느끼게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남편은 그것을 느끼게 해준 사람이었고 썸머는 자신이 결론 내렸던 누군가의 사람이 되는 것이 불편하다는 사실이 틀린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었습니다. 다시말하자면 이것은 썸머의 잘못이 아니었다는 것이죠. 서로간의 사랑의 진전이 달랐을 뿐이니까요. 어느 한쪽이 어긋난 모습으로 큰 사랑을 표현하는데 상대를 배려해 그것을 맞출 수는 없는 것 아닐까요? 사랑은 예의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닐테니까요. 여기에 또 톰은 다른 남자랑 결혼할거면 왜 그때 나와 춤을 추었냐며 따지는데  썸머의 말대로 그때는 지금의 남편과의 결혼을 생각치 못하던 때였고(썸머가 우연찮게 부케를 받는 장면에서 썸머가 생각치 못한 결혼을 하게 될것이라는 암시가 있기도 합니다) 사실 썸머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톰이 잘못한 상황이라는게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반하장으로 톰은 너 왜그랬냐 따집니다…. 그리고 이 장면을 보면서 많은 관객들도 톰의 편을 들게 되죠. 썸머 쟤 뭐냐하면서요. 하지만 차근차근 살펴보면 썸머는 노력했고 톰은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내 사랑의 크기가 왜 더 크냐며 썸머를 닥달했을 뿐이었죠.




뜨거웠던 계절이 가고 찾아온 가을

썸머와의 사랑이 운명이 아님을 깨닫는 순간 톰에게는 어텀이라는 새로운 사랑이 다가옵니다. 한차례 뜨거운 여름을 지내본 톰에게는 가을에 불어오는 바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톰답지 않게 먼저 자신있게 다가가는 모습으로 마무리됩니다. 아마도 톰은 어텀과의 사랑에서 썸머에게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았겠죠? 참 많은 생각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썸머가 단순히 나쁜 여자라고 생각했던 적이 저 역시도 있었는데 차근차근 돌아보면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던 것 같구요. 함께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귀중하고 고마운 일인지도 느끼게 해주는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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