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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도 그림도 완벽한 너의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

맥주와 팝콘-Movie

by 다락방지기 2017. 1. 7.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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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 신작 <너의 이름은>으로 한국을 찾다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라 불리는 신카이 마코토가 신작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을 선보였다. <언어의 정원>, <초속 5센티미터>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감독이기에 이번 신작이 한국관객에게도 기대작으로 손꼽혀왔다. 빛을 가장 아름답게 활용하는 감독으로 잘알려진 그는 화사하고 사실적인 색감을 표현해내는 것이 특기이다. 이러한 특기를 잘살려 애니메이션이 갖는 장르적 특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참 인상적인 감독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태양이 여러개 있는 것처럼 설정해서 빛을 여러곳에서 내리쬐게 표현하고 건물의 크기를 실제보다 크게 표현해서 도시를 더 웅장해보이게 하는 등 일종의 페이크(또는 비과학적 거짓말)를 사용하여 실사영화에서는 불가능한 표현으로 애니메이션만의 특색을 기막히게 표현 해낸다. 가끔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볼때면 굳이 실사영화로 표현하지 않고 그림을 선택할까 하는 의문이 가끔 드는데 그의 작품을 보고나면 역시 애니메이션이 답일 수 밖에 없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그런데 이 사람 글도 써? 원작소설 <너의 이름은>의 저자 신카이 마코토

신카이 마코토의 매력은 작화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덕에 글을 쓰는 능력도 탁월하다. <너의 이름은>의 경우 애니메이션 뿐 아니라 소설을 직접 집필하기도 하였다. (물론 언어의 정원과 초속 5센티미터도 마찬가지) 그의 작품은 늘 애니메이션과 소설로 함께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게 신카이 마코토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원작소설이 있는 영화는 대중들에게 혹평받기 쉽다. 원작자와 연출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의 이름은>은 연출자가 곧 원작자이며 원작자가 곧 연출자이다. 또한 영상작품 속의 배우 역시 그가 그려낸 그림이기에 원작자의 의도가 직접적인 형태로 전달된다. 덕분에 소설의 의도가 애니메이션을 통해 더욱 명확하게 전달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게 된다. 소설의 에필로그를 보면 이러한 배경이 언급되는데, 그는 소설과 애니메이션이 상호보완적 관계이기에 소설과 애니메이션을 함께 감상한다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소설에서 주인공 타키와 미츠하의 1인칭 관점으로 진행되는데 반해 애니메이션에서는 3인칭 관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상호보완적인 형태로 감상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즉, 소설에서는 타키와 미츠하가 상상할 수 있는 것에 국한되어 이야기가 표현된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3인칭 관점으로 진행되기에 타키와 미츠하 시선을 벗어난 관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설을 먼저 읽고 애니메이션을 보니 타키와 미츠하의 행동과 대사들이 어떤 의도를 통해 이루어지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부분이 매우 재밌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애니메이션을 보기 전에 소설을 먼저 보는게 좀 우려스럽다 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소설을 먼저 보길 권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순서가 바뀌어도 크게 상관은 없을 것 같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대중성 그럼에도 잃지 않은 매력은 덤


전작 <언어의 정원>과 <초속 5센티미터>는 지나칠 정도로 잔잔하고 담백했다. 영상은 아름답지만 장면들은 다소 느슨한 형태로 연결되는 느낌이 든다. 직접적으로 표현하자면 다소 루즈한 면이 있달까?. 물론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보면 오히려 이게 매력이 된다. 마치 무라카리 하루키의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그 느낌적인 느낌...?  그런데 흥미롭게도 신카이 마코토 스스로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밝힌바 있다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이런 매니아적인 성향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시도가 눈에 띤다. 전작에 비해 유머코드도 많아졌고 롱테이크가 많이 줄어 몰입도가 크게 상승된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신카이 마코토만의 특색이 바래지는 않았다. 오히려 신카이 마코토의 매력을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확장되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다. 덕분에 이번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본 것 같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언어의 정원과 초속 5cm도 무척 재밌게 보긴했다....)





물론 아쉬움도 있어


물론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다. 신카이 마코토의 시그니처와도 같던 사실적이고 분명한 배경묘사가 다소 옅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언어의 정원>에서 보여줬던 3D 배경의 이점을 활용한 시점 돌리기 등의 연출이 이번에는 크게 눈에 띄지 않아 보였다. 그런 장면의 연출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극장의 스크린으로 만났을 때 그 느낌이 잘살아나지 않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신기하게도 집에 있는 컴퓨터로 예고편을 보면 작화가 엄청 섬세하다. 극장의 스크린이 제대로된 표현을 못받아준 것인가...? (영등포 CGV에게 항의를.... 사실 포토티켓도 흐릿하게 나와서 기분 상함...ㅋ) 

만약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놀라울 것이다. 하지만 전작부터 쭉 지켜본 매니아의 입장에서 실사에 버금가는 배경과 소품의 작화가 이번에는 이전 작품에 비해서 약해보였다. 전작에서의 색채는  톤이 낮은 편이라 무겁고 진중함이 느껴진 반면 이번 작품은 색채가 더 밝아져서 그런지 가볍다고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한 의문을 해결해보기 위해 다른 극장에서 다시 한번 감상해보려고 한다. 


섬세하면서도 차분하게 표현된 작화가 인상적인 초속 5센티미터와 언어의 정원



국내에서 상영된 일본 애니메이션 중 가장 높은 흥행을 기록할 듯


우선 너의 이름은에 대한 입소문이 무척 좋다. SNS에서 이 영화를 언급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오늘 극장에 맨앞줄까지 가득 들어찬 것 또한 그에 대한 반증이 아닐까 싶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너의 이름은은 국내에서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중  가장 큰 성공한 작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카이 마코토는 한국에서 300만 관객을 목표로 내걸었는데 소박한 목표가 참 소박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신카이 마코토 덕분에 미야자키 하야오의 은퇴 이후 허전했던 애니메이션 계의 빈자리가 채워져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더불어 신카이의 라이벌 호소다 마모루의 작품에도 큰 기대를 걸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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