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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지만 잔인한 수상한 그녀

맥주와 팝콘-Movie

by 다락방지기 2014. 2. 15.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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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면 영화를 관람하신 후 읽어주세요!



수상한 그녀 아쉽지만 즐겁다


  2014년의 우리 극장가의 첫 코미디 영화 수상한 그녀는 한국적 코미디 방식을 아주 모범적으로 차용하는 정공법을 구사하며 겨울왕국과 함께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영화는 칠순의 할머니가 스무살의 처녀가 된다는 판타지를 기반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요. 입소문이 너무 좋아 큰 기대를 하고 보아서였는지 이야기 속의 웃음을 위한 에피소드들이 다소 진부할만큼 예측가능하고 뻔하다는 점이 참 아쉬웠습니다. 영화의 전반부에서 간략하게 다루어진 노인을 향한 사회의 차가운 시선 그리고 가족 간의 갈등과 같은 부분이 이야기이 언급되며 이야기의 가장 큰 중심점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전개는 너무나도 상투적이고 진부합니다. 또한 이야기의 전개나 에피소드들에 있어서도 어디서 본듯한 데자부가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습니다. 달라진 겉모습으로 인해 전혀 다른  시선을 받는 것부터 가수로써의 성공의 모습은 '미녀는 괴로워'를 또한 박보영이 열연한 '과속스캔들'의 전개와도 크게 다르지 않아보입니다. 이 뿐 아니라 전반부에선 웃음을 그리고 후반부에선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 역시 한국 코미디 영화에서는 공식처럼 등장하는 부분인데 이 부분에 있어서도 다른 영화와는 차별성이 없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이 영화는 쉴새없이 웃을 수 밖에 없는데요. 이것이 바로 수상한 그녀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전에 조재현씨가 '목포는 항구다'에 쏟아지는 혹평에 항변하며 말한 스테이크와 파스타 같은 영화만 보고 살 수 있느냐 짜장면처럼 흔하지만 친숙한 음식과 같은 영화도 필요하다는 말이 생각나기도 했구요. 이렇듯 수상한 그녀는 뻔하고 상투적이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팝콘무비로는 손색이 없는 것 같습니다.





심은경에 의한 심은경을 위한 영화


  자칫 잘못하면 그저그런 B급 코미디로 전락할 수도 있었던 이 영화를 살려낸 것은 전적으로 심은경의 공이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갓 스무살이 된 심은경은 아역시절부터 다져온 탄탄한 연기내공을 이 영화에 모두 쏟아내는데요. 스무살 처녀가 보여주는 칠순 할머니의 모습은 내공있는 배우가 아니면 절대 소화해내기 어려운  캐릭터였을텐데요. 심은경은 이를 정말 흠잡을 곳 하나 없이 완벽하게 소화해냅니다. 앞으로 심은경은 20대 여배우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영화계에 큰 희망이 될 것 같습니다.





수상한 그녀 아름답지만 잔인한 이유


  이 영화의 결말을 보며 저역시 눈물을 흘린 관객 중에 하나였지만 한편으로는 그 결말이 너무나도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평생을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조차 잊은 채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오말순 여사(나문희 분)는 왜 마지막 까지도 자신을 희생할 수 밖에 없는가 하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이 결말로 인해 이 영화는 한 여자가 위로받는 순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억누르며 희생해야하는 한 여자의 일생을 이야기 하는 영화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사실 미디어에서 끊임없이 조명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늘 그렇습니다. 어머니란 존재는 여자일 수 없으며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한평생 자식을 위해 희생해야하는 존재. 그리고 일생을 바쳐 헌신한 자식에게 아무것도 보상받지 못해도 어머니란 이름으로 그것을 감내해야만 하는 그런 존재로 조각됩니다. 그것은 아름답지만 참 잔인한 사실입니다. 수상한 그녀의 결말 역시 그러한 어머니의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여자이기를 포기하고 다시 어머니의 자리로 되돌아온 오말순 여사를 우리도 모르게 당연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아름다움과 고귀함이라는 이름을 붙여 우리의 어머니를 대입하고 또 우리 자신을 대입해 자신이 불효자임을 탓하고 눈물 흘리게 하죠. 하지만 이는 엄밀히 따지면 우리가 불효자일 수 있는 권리를 정당화 하는 아름다운 포장입니다. 덕분에 이 영화는 어머니는 여자일 수 없고 그렇다하더라도 그것은 현실에선 존재할 수 없는 한순간의 꿈일 수 밖에 없게 합니다. 이 시대의 어머니를 위로하는 듯하면서도 한편으론 그런 어머니를 강요하는 수상한 그녀. 우리네 어머니들이 그랬던 것은 사실이고 또 그 모습이 아름다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는 어머니도 여자일 수 있는 그래서 더이상은 마지막까지 불효자가 되지 않는 그런 자식들과 어머니의 이야기가 나와주길 바라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는 아버지임에도 꾿꾿이 자신의 사랑을 위해 살아가는 박씨(박인환 분)의 캐릭터가 더 마음에 와닿기도 했네요.






깨알재미를 제공한 마지막 까메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이 기대한 대로 움직입니다. 코미디도 감동도 모두가 예측할 수 있는 범위안에서 움직이다보니 한편으로는 놀라움은 없었는데요. 마지막 장면도 그렇게 흐르는 듯 했습니다. 박씨가 청춘사진관에 들어가게되고 다시 젊은 모습을 갖게 된다는 것은 이런 장르의 영화가 즐겨 사용하는 마지막 장면입니다. 그런데 오토바이 헬멧을 벗은 박씨의 모습을 본다면 아마 환호성을 지를 수 밖에 없으셨을 것 같습니다.   오토바이 헬멧을 벗은 박씨가 바로 김수현이었기 때문이죠. 실제로 극장안에서 여성관객은 물론 남성관객까지 환호성을 질렀을 정도니까요. 저 역시도 김수현이 까메오로 등장한다는 정보를 모르고 봐서인지 굉장히 놀랐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를 다른 분께 추천하실 분이 계시다면 김수현의 등장은 비밀로 해주시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수상한 그녀 천만을 향해 달려간다


  수상한 그녀의 관객몰이가 심상치 않습니다. 관객들의 입소문 덕에 개봉 21일만인 2월 11일 650만을 돌파함은 물론 일관객 수에서도 겨울왕국과 엎치락 뒷치락을 반복하고 있는데요. 이 추세는 CJ라는 든든한 배급사 덕분에 스크린 점유와 홍보에도 힘을 잃지 않고 당분간 유지될 것 같습니다. 이 추세대로라면 800만 관객을 돌파한 겨울왕국과 함께 조심스레 2014년의 첫 천만관객 한국영화가 수상한 그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과연 수상한 그녀가 명성에 걸맞는 뒷심을 발휘할 수 있을지 기대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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