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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입니다>를 보고 울지만 마세요

맥주와 팝콘-Movie

by 다락방지기 2017. 5. 29.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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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현, 두 도시 이야기>에 이은 두번째 노무현 다큐멘터리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이 시작되던 즈음 <무현, 두 도시 이야기>가 세상에 공개되었다. 부산에서 보수정당의 텃밭에서 적으로 간주되는 민주당 간판을 등에 업고 고군분투하는 노무현의 실패와 시사만평가 백무현의 도전기를 그린 작품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성공이 아닌 실패의 과정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바보 노무현으로 대변되는 그의 이미지를 진솔하게 보여준 이 다큐멘터리는 인간적인 노무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또 하나의 노무현 다큐멘터리가 공개되었다. 바로 <노무현입니다>가 그것이다. <무현, 두 도시 이야기>가 개봉되었던 해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개봉관을 잡기조차 힘들었던 지난해와 달리 <노무현입니다>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을 기회를 부여받았다. 덕분에 황금시간대에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노무현입니다>를 만나볼 수 있었다. 작년에 개봉한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부천 만화박물관에서 보았으니.. 정말 세상이 변했구나 싶은 지점이었다.


인간 노무현에 주목한 <노무현입니다>

  노무현을 다루는 두번째 다큐 <노무현입니다>(이창재 감독)는 <무현, 두 도시 이야기>의 후속편과 같은 느낌이 든다. 지방선거 낙선 이후 대통령 경선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무현, 두 도시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위인 노무현이 아닌 인간 노무현에 주목하는 것도 같다. 어려운 형편에 상고를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패스한 그의 이력을 설명한 모습이 그랬다. 역경을 극복한 강인함과 함께 가방끈 컴플렉스로 고민하던 일화도 함께 고백된다.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대인의 풍모를 지녔고 영웅적인 기질을 타고났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인간적인 보통사람이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가 겪은 많은 실패와 역경에 주목하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눈물 흘리는 노무현의 모습을 보여준다.


노무현을 만들어낸 사람들에 주목하다

  이 다큐멘터리는 201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자 경선이 큰 줄기이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노풍의 과정 그리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된 노무현이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노무현의 고군분투만큼이나 비중있게 다루어진 것은 그의 인간적인 면모이다. 그의 측근들 모두 정치인 노무현과 함께 인간 노무현을 추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여기에 보통시민들의 고군분투도 큰 중심축으로 다루어진다. 특히 경선과정에서 수많은 암초를 만난 '노무현'을 구해내는 보통사람들의 모습이 아주 비중있게 다뤄져있다. 이는 대통령 노무현이 탄생하는데 시민의 힘이 지대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간 노무현을 추억하는 문재인, 안희정, 유시민

노무현을 위대하게 만들어낸 시민의 힘을 그려내다

  이게 바로 다큐 <노무현입니다>가 주는 강력한 메세지이다. 이 다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성공스토리, 즉 위인전 형태의 구성을 취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지극히 인간적인 노무현의 모습을 강조한다. 물론 명석한 두뇌를 가졌고 패기를 가진 사람인 것도 언급한다. 하지만 그것만이 노무현의 전부가 아님을 보여준다. 그리고 노무현과 함께 그를 지지하고 그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느끼고 발로 뛴 시민들의 모습을 계속 함께 보여준다. 자발적인 시민의 힘 덕분에 군소후보 노무현이 경선에서 노풍이라는 바람을 일으키고 대통령 자리에 올랐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힘

  이 다큐멘터리는 바로 이 명제를 증명해내는 과정과도 같다. 그리고 이를통해 우리를 구원해줄 한 사람의 영웅을 찾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영웅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임을 끊임없이 역설한다. 우리는 동서화합을 목표로한 패기있는 정치인을 선택했고 그에게 시민의 힘을 부여하는 과정을 보았다. 이는 다시말해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 모이면 제2의 노무현, 제3의 노무현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노무현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무현은 신이 아니며 만능이 아니다. 그가 뛰어난 혜안과 승부사적 기질을 가진 정치인이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그가 그것을 펼쳐낼 수 있었던 것은 그를 알아주고 뒷받침한 시민의 힘 덕분이었다. 그렇기에 이 다큐는 그 지점을 전하고자 한 것이다.


채무의식에서 이제는 벗어나야한다

  2009년 5월 23일 우리는 노무현을 잃었다. 그는 유서를 통해 '이 모든 것이 운명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의 죽음은 그의 선택이었지만 동시에 선택이 아니었다. 그의 죽음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그의 가치를 깨닫는데 조금 더 긴시간이 걸렸을지 모른다. 임기중에는 모든 것이 노무현 때문이라던 사람들이 퇴임후에는 그를 그리워했고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는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기억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것을 예견한 것 같다. 그렇기에 더욱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될 수밖에 없었다. 분명한 비극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비극에 대한 책임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또 그것이 일종의 채무로 가슴 깊이 박혀있다.  하지만 이 다큐는 우리가 그 채무의식에서 벗어나야함을 애둘러 표현하고 있다. 인간적인 노무현의 모습을 통해 그가 시민의 힘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준 것은 그 때문이다. 또한 포스터 속 노무현이 호탕하게 웃고 있는 이유도 그런 맥락이다. 그에 대한 연민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신 시민의 힘으로 또 다른 노무현을 만들어내야 한다. 대신 이번에는 만드는 것 뿐 아니라 지켜내는 것까지가 과제이다.


울기만 해서는 안된다, 깨어난 시민이 되어야 한다!

  그에게 진 빚을 연민의 정서로 갚아서는 안된다. 노무현의 실패는 노무현의 것이 아니었다. 시민이 만들어낸 노무현이었기에 그 실패도 시민의 몫이다. 따라서 노무현에 대한 채무를 갚기 위해선 우리가 겪은 실패가 성공의 과정이었음을 증명해야한다. 이것은 그동안 잠들었던 시민들이 풀어야할 숙제이다. 다큐에서 유시민에 따르면 노무현은 자신이 꿈꾸는 세상이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시점에 이루어질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에 유시민은 변화의 첫 파도를 탄 것이 노무현 당신이기에 그 곳까지 못갈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한 노무현의 대답은 "세상이 더 나아지고 좋아진다는데 내가 없으면 어떻겠냐"였다고 한다. 이것은 우리의 슬픔에 대한 조언이기도 하다. 노무현에 대한 연민 그리고 채무의식으로 인해 제자리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깨어있는 시민의 힘을 통해 그가 바랬던 그리고 우리가 바랬던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것으로 그에 대한 빚을 갚아야한다. 


<노무현입니다>를 보고 울지만 마세요

  이 다큐는 ‘노무현’을 영웅으로 그려내지 않았다. 오히려 지극히 평범한 인간으로 조명했다. 열등감에 젖어있고 불같은 성격을 지닌 그리고 잔정이 많아 눈물도 많은 인간 ‘노무현’의 모습으로 말이다. 대신 그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발로 뛰며 커다란 ‘노무현’을 만들어낸 평범한 시민들의 모습을 부각시켰다. 덕분에 ‘노무현입니다’는 그가 말한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힘’을 증명한 이야기가 되었다. 깨어있는 시민의 힘 없이 ‘노무현’은 만들어질 수 없었음을 증명한 것이다. 그렇기에 이 다큐는 ‘노무현’에 대한 슬픔과 연민으로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우리가 또 다른 ‘노무현’을 만들어낼 수 있고 또 지켜낼 수 있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노무현’의 실패는 시민의 몫이고, 그 실패를 성공의 과정으로 만들어야하는 것도 시민의 몫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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