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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달빛 아래서 빛나는 흑인소년의 성장기, 문라이트

맥주와 팝콘-Movie

by 다락방지기 2017. 3. 2.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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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달빛의 소년, 문라이트



푸른 달빛 아래서 빛나는 흑인소년의 성장기, 문라이트(Moonlight, 2017)


최악의 헤프닝에서 건져올린 최고의 작품

  브래드 피트가 제작하고 배리 젱킨스가 감독한 영화 문라이트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으며 화제가 됐다.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높은 것도 화제였지만 시상자인 페이 더너웨이와 워런 비티가 <라라랜드>를 호명했다가 번복하면서 큰 화제를 몰고 오기도 했다. 이후 밝혀졌지만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엠마 스톤 이름이 담긴 봉투가 잘못 전해져 벌어진 헤프닝이었다고 한다. 덕분에 백인 스탭이 가득했던 무대가 흑인 스탭들로 바뀌어버리는 기이한 장면을 연출하여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작이 번복된 최초의 사례


아카데미 작품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관람한 영화

  사실 이 영화에 대한 사전정보를 없이 극장을 찾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관람한 이유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또한 감각적인 포스터와 흑인소년의 성장기를 다룬 영화라고 해서 이를 어떻게 풀어냈을까하는 호기심에 극장을 찾았던 것 같다. 영화를 관람하다 깨닫게 된건 정체성에 대한 고민 즉 흑인 게이 소년의 성장기였다는 것이었는데 거부감이 든다기보다는 굉장히 몰입해서 봤던 것 같다.

매우 감각적인 포스터, 덕분에 포토티켓으로 소장할 가치도 충분하다!


왜 제목이 문라이트인가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초반부에 아주 선명하게 전해지며 영화의 제목이 왜 <문라이트>인지도 또렷하게 전달한다. 소외된 소년 샤이론을 보살피는 마약상 후안이 자신이 할머니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전해준다. 푸른 달빛 아래에선 흑인 아이도 파란 모습으로 보여진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이 영화는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위해 평등한 시선을 가질 것을 요구한다. 미국사회에서 가장 소외받는 인종은 흑인 게다가 성적소수자를 바라보는 이야기를 만들며 이러한 다양성을 받아들임에 있어 같은 시선으로 바라봐주기를 원한 것이다. 이 장면 덕분에 이 영화가 지향하는 바는 무척이나 선명하고 분명하게 그려진다.



영화는 크게 유년기, 사춘기, 성인기의 세 파트로 구성되어있다.


세 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샤이론

(이번 포스팅은 영화 전반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으니 관람 계획이 있다면 관람 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외로운 흑인소년의 유년기 <i. 리틀>


  왜소한 체구의 샤이론은 리틀이라고 불리우며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집에서 역시 마약에 중독된 어머니 밑에서 자라며 사랑 받지 못한다. 그런 샤이론에게 후안은 고마운 어른이다. 물론 그의 직업이 마약상이고 그가 파는 마약에 샤이론의 어머니가 중독되어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 하지만 후안은 그에 대한 죄책감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샤이론에 대한 연민을 갖는 등 인간적인 모습을 가진 사내이다. 또한 후안은 방황하는 샤이론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 이를테면 호모가 무엇이냐고 묻는 샤이론에게 게이라는 말은 괜찮지만 그런 표현을 들었을 땐 화를 내야한다고 가르쳐준다. 그리고 자신이 동성애자인걸 어떻게 아냐는 샤이론의 질문에는 그냥 알게 될거다. 때가 되면 깨닫게 될것이다라고 하며 다독여준다. 물론 어린 샤이론에게는 수수께끼 같은 대답일테지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후안 역의 메허샬레하쉬바즈 엘리



정체성을 깨닫는 사춘기 <ii. 샤이론>


시간이 흘러 사춘기를 맞는 샤이론. 그 사이 후안은 세상을 떠나지만 그의 아내였던 테레사는 여전히 샤이론을 따뜻하게 돌본다. 그리고 외로운 아이 샤이론에게 먼저 손내미는 친구도 생기는데 바로 같은 반의 케빈이다. 케빈과 친해진 후 어느날 어머니의 무관심에 갈곳 없어진 샤이론은 케빈과 함께 바닷가를 찾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둘은 서로에게 이상한 감정을 느끼고 혼란스런 경험을 갖게 된다. 단순한 장난인지 사랑인지 알 수 없는 감정에 샤이론은 혼란에 빠진다.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애정어린 손길을 받게된 샤이론은 케빈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을 갖게 된다. 하지만 케빈은 샤이론과는 달리 외향적인 성격을 갖고 있고 덕분에 샤이론을 엄청나게 괴롭히는 터렐과도 어울린다. 그리고 케빈은 터렐의 요구로 샤이론을 때리게 된다. 케빈은 터렐의 요구에 샤이론을 때리긴 하지만 샤이론이 신경쓰여 계속 일어나지 말라고 한다. (일어나지 않으면 더 이상 때리지 않아도 될테니까) 이유를 알지 못하는 샤이론은 계속 일어나 케빈을 응시하고 터렐과 다른 친구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다. 이 일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샤이론은 얼음물에 얼굴을 담그며 변화를 다짐하고 학교로 돌아가 터렐을 의자로 내려쳐 다치게 한다. 결국 샤이론은 경찰에 붙잡히게 되고 케빈은 미안한 마음으로 샤이론을 바라본다. 케빈 역시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었고 학교에서 그런 것들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것일 뿐이었기에 미안한 마음이 컸던 모양이다.




전혀 다른 모습의 성인기 <iii. 블랙>


  시간이 지나 샤이론은 성인이 된다. 터렐을 폭행해 감방살이를 하게 된 그는 감방 안에서 만난 지인의 소개로 마약거래를 하게 되고 이후 마약상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어린 시절과는 달리 짙은 남성성을 지닌 카리스마 블랙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그 사이 어머니는 마약중독이 더 심해져 재활원에 가게 되고 밤마다 걸려오는 어머니의 전화라고 생각하고 전화를 받는데 수화기에서 케빈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놀란 마음에 케빈과 통화를 하게 되고 케빈은 자신은 요리사가 되었고 식당의 주크박스에서 흘러나온 노래를 듣고 샤이론 생각이 나서 전화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시간이 된다면 한번 찾아와 달라는 부탁을 한다. 부탁을 받은 샤이론은 재활원에 들러 어머니를 만난 후 케빈을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재활원에서 만난 어머니는 자신처럼 잘못된 길을 걷지 말고 너에게 맞는 길을 찾아가라고 조언한다. 이에 샤이론은 흥분하지만 어머니는 아들에게 무관심했던 과거의 모습에 용서를 빌고 샤이론은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의 용서를 받아들인다. 이후 밤이 찾아오고 샤이론은 케빈이 일하는 식당을 찾고 둘은 재회하게 된다. 혼란스런 기대감을 갖고 찾아간 샤이론은 케빈이 결혼을 했고 아이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바닷가에서 있었던 자신과의 추억이 생각나 자신을 찾았다고 생각한 샤이론은 실망하게 되고 자신에게 전화한 이유가 무엇인지 되묻는다. 그리고 케빈은 주크박스로 가 예전에 손님이 틀었다던 음악을 들려준다. 노래는 바바라 루이스의 <Hello Stranger>였다. 식당 안에 노래가 흘러나오고 가사를 듣던 샤이론은 케빈 역시 그날의 기억과 함께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감정을 털어놓지는 못한다. 케빈을 집으로 데려다주던 차안에서 이번에는 케빈이 샤이론에게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묻는다. 대답을 못하는 샤이론을 보고 케빈 역시 샤이론이 자신에게 마음이 있음을 깨닫게 되고 자신의 집에서 자고 갈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둘은 바닷가 앞의 케빈의 집에 들어가게 된다. 집에 온 샤이론은 한참이 지나서야 날 만져준 사람은 너가 처음이었다. 그 때 이후 누군가와도 그래본적이 없다며 자신의 정체성을 고백한다. 그리고 둘은 어릴적 그 시간처럼 애틋하게 사랑을 나눈다. 그리고 영화는 마지막 장면으로 전환된다. 마지막 장면은 파란 달빛 아래 해변에 서있는 샤이론의 뒷모습이 등장하고 이후 샤이론이 뒤를 돌며 영화의 제목 MOONLIGHT가 나타나며 끝이난다.


흑인들이 연기한 브로크백 마운틴

  사실 영화는 한없이 잔잔하다. 큰 사건은 사춘기 시절의 터렐의 농간(?) 정도가 전부이다. 배드신이나 자극적인 노출 또한 전혀 없다. 이 영화는 오로지 배우들의 감정연기로만 연결된다. 하지만 이 영화 속에 담긴 사랑은 어떤 영화들 보다도 강렬하게 전달되는 것 같다. 배우의 연기력과 감독의 연출력이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샤이론과 케빈이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은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을 떠오르게 한다. 사실 브로크백 마운틴을 보지는 못했는데 문라이트를 계기로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보지 못했지만 몇 편의 퀴어영화를 본적은 있었다. 하지만 동성 간의 사랑이 마음 속으로도 전달된 영화로는 처음인 것 같아 사실 많이 놀랐다. 성적소수자에게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거부감 없이 전달될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도 들고 여러모로 문라이트가 호평 받는 이유를 느낄 수 있었다.


소외의 끝을 다뤘지만 주류의 중심에 서다

  백인들의 잔치라 조롱받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분명한 쾌거이다. 물론 트럼프에 대한 반발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 면도 없지 않겠지만 이미 다른 시상식들에서 35개가 넘는 트로피를 거머쥔만큼 분명하게 인정받은 영화임이 분명하다. 흑인을 다루고 또 그 흑인이 성적소수자였음에도 주류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은 분명히 큰 메세지를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샤이론의 눈으로 비춰진 장면들을 기억하라

  영화는 시종일관 어지럽게 흔들린다. 괴롭힘을 피해 달리는 샤이론부터 꿈속에서 케빈을 바라보는 모습까지.. 이는 샤이론의 시선을 그대로 카메라에 잡았기 때문인데 여기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관객들이 소외의 정점에 서있는 흑인 게이 소년이 되어보길 원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찰자로써 샤이론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샤이론의 눈으로 샤이론이 사는 차별의 세상을 바라보도록 말이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평생에 걸쳐 겪고 있을 순간들을 짧은 시간이나마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 말이다.


그런 의도가 전해진다면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샤이론의 시선을 가질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면

후안의 할머니가 말했듯 푸른 달빛 아래에 서면 백인도 흑인도 모두 파랗다는 것을 깨닫게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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