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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와의 조우, 컨택트(Arrival)

맥주와 팝콘-Movie

by 다락방지기 2017. 3. 1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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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트의 원제는 컨택트가 아니다


컨택트란 영화가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전에 동명의 영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제목은 [콘택트] 였는데 덕분에 컨택트라는 영화를 조디 포스터가 주연한 콘택트로 혼동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주변에 “컨택트라는 영화를 봤는데 괜찮았어” 라고 말하면 그거 되게 옛날 영화 아니야? 하는 식이다. 외계인과의 접촉이라는 주제까지도 유사해서 더욱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사실 영화 컨택트의 원제는 도착을 의미하는 어리벌 Arrival이다. 도착지가 지구인 것을 감안했을 때 원제의 의미로는 지구가 객체 외계가 주체가 된다는 면에서 영화가 갖는 의미를 훼손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컨택트는 지구와 외계 모두가 주체가 되는 제목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영화의 의미와 더 가깝게 다가선 느낌이다. 원제을 넘어서는 몇안되는 훌륭한 제목인 듯 하다.  


조디포스터 주연의 콘택트


원제는 ARRIVAL 포스터


지구에 도착한 정체불명의 비행체

지구에 도착한 정체불명의 12대의 비행물체. 일반적으로 이러한 영화에서의 등장은 미국과 같은 특정한 한곳으로 지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컨택트는 그렇지 않다. 12대의 비행물체가 전세계에 고르게 분포하여 위치한다. 영화에서는 이에 대한 이유를 지구를 대표하는 단일 공동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한다.




외계와의 접촉을 소재로 한 영화라고 한다면 흔히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과의 사투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 기대를 가져선 안된다. 이 영화는 왜 이곳에 왔는지 알아가기 위한 과정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직업 또한 저명한 언어학자로 그려진다. 물론 과학자들도 등장하지만 가장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언어학을 전공한 주인공이다. 외계인을 지구에서 몰아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들이 이곳에 온 목적을 알아내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내용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자연과학에 걸맞는 주제임에도 언어학을 중심으로한 인문학이 영화의 주된 배경이다. 그리고 이것이 이 영화의 차별성이자 매력이다. 따라서 인디펜던스 데이, 화성침공과 같이 외계인과의 사투를 벌이는 스펙타클한 액션을 기대한다면 큰 지루함을 느낄 영화가 될지도 모른다.


원작소설을 넘어선 영화 컨택트


컨택트는 테드 창의 단편소설집 [당신 인생의 이야기]의  [네 인생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소설의 저자인 테드 창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시선에 있어 매우 창의적인 시선을 가진 작가이다. 덕분에 이 영화의 주된 세계관은 테드 창의 소설을 통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러닝타임이 2시간에 육박하는 영화를 제작하기에 창의 소설은 단편이기에 분량적으로 부족함이 있다. 이에 드니 빌뇌브 감독은 창의 세계관을 기초로 자신의 이야기를 쌓아올린다. 예를들자면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나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같은 형식이다. 세계관과 기본적인 설정은 원작을 따르되 영화의 전개는 감독의 아이디어로 재구성되는 방식인 것이다. 컨택트는 이 점에서 매우 성공한 영화이다. 아주 매력적인 세계관을 손에 쥐었고 이를 토대로 자신의 세계를 아주 완성도 높게 쌓아올려  놓았다. 덕분에 소설보다 영화를 권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이다. 지대넓얕으로 유명한 채사장 역시 소설보다 영화의 완성도가 더 높다고 평한 바 있다.

영화 개봉 이후에 표지가 달라져 다시 출판된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메세지는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는 샤피어 워프의 가설이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렇다. 일본인들이 우리말의 받침을 발음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일본인이 한국인보다 성대나 구강구조가 열등해서일까? 아니다. 그것은 그들의 언어에 받침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말과 글에 받침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렵다. 일종에 존재하지 않는 미지의 세계가 되는 것이다. 반대로 우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영문 F와 P는 분명 다른 발음을 가진 다른 문자이지만 우리는 ‘ㅍ’로만 표기할 수 있기 때문에 (간혹 차이를 위해 ㅎ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제대로 이것을 읽는 것은 어렵다. 또한 제대로 읽는 다고 할지라도 우리의 언어로 정확하게는 적을 수 없다. 번데기 발음이라 불리우는 th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Thank You가 쌩큐인가 땡큐인가.. 사실 둘다 정확하지 않으며 이는 마치 일본인이 우리의 받침을 읽지 못하는 것과 같은 사례이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우리와 같은 동양문화권에서는 자신을 소개할 때 자신을 둘러싼 주변부터 설명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부모, 형제, 친구 등을 모두 소개하는 것이 그 예이다. 하지만 서구문화권은 다르다. 자신을 소개하고 그 이후에 주변을 소개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러한 문화의 차이는 언어의 차이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영어를 중심으로 파생된 서양의 언어 한자를 중심으로 발전한 동양의 언어를 보았을 때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는 것이 일리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이것에 주목하고 있다. 외계인과의 소통 과정에서 그들의 언어를 습득하게 되면 그들의 사고방식을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와는 다른 체계의 외계생명체의 언어  (*스포주의)


우리의 언어와 문자는 어순이라고 불리우는 순서를 갖는다. 물론 국가에 따라 그 순서가 뒤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순서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문자와 언어는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표현되는 외계생명체 헵타포드의 문자는 순서가 존재하지 않는 형태이다. 인간의 문자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단어가 나열되며 구성되지만 헵타포드의 문자는 원형의 형태를 띄며 순서가 없다. 여기에 앞서 설명한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는 개념이 추가되어 인류와 외계생명체의 사고의 차이를 다르게 구성한. 언어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인간은 과거-현재-미래로 시간을 나누어 사고한다. 따라서 인간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분절시켜 시간을 나누어 사고하는 것이다. 하지만 헵타포드는 언어에 순서가 없고 하나의 형태로 통합되어 구성되기에 시간순서가 없는 통합된 형태의 사고를 한다는 것이다. 덕분에 언어학자인 루이스 뱅크스는 헵타포드의 언어를 습득한 후에 헵타포드와 사고방식을 이해하게 되고 시간 분절이 없는 헵타포드의 사고가 가능해진다. 즉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사고하는 것이다.

헵타포드의 문자


이 영화 상상하지 못했던 상상을 보여준다


덕분에 영화는 굉장히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인류의 언어와 외계생명체의 언어 형태가 전혀 다른 형태일 것이라는 상상이라는 점에서 매우 놀랍다. 물론 이전에도 외계의 언어가 표현된 영화들이 있겠지만 그것은 인류의 문자나 언어와 다르지 않았기에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또한 언어를 습득함으로써 그들과 동일한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 역시 생각치 못했던 신선함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 모든것이 기존에 없던 새로움은 아니다. 외계생명체인 헵타포드의 모습은 기존의 우리가 알던 외계인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있지는 않다. 헵타포드는 마치 문어와 같은 여러개의 다리를 가진 연체동물의 모습을 가졌다. 그래서인지 외계생명체의 모습에서 새로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호기심이 생긴다. 도대체 어떤 결말을 만들겠다는거지?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든다. 하지만 결말을 보면 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런 점이 이 영화가 갖는 힘이다.

헵타포드의 손바닥(?) 질감 등이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외계 생명체의 모습이다


컨택트를 관람해야할 이유

스펙타클한 헐리웃 액션을 기대한다면 최악의 영화가 될수도 있을만한 영화이지만 새로운 세계를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굉장히 매력적이고 신비로운 경험이 될것이며 러닝타임이 끝난 이후에도 많은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세계를 모험할 탐험가가 될 준비가 되었다면 관람을 적극 권하고 싶다. 이 영화는 분명히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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