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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가슴을 한뼘 자라나게 할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맥주와 팝콘-Movie

by 다락방지기 2014. 1. 12.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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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영화 변호인의 강한 열풍 속에서 잔잔한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가 한 편 있습니다. 바로 일본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인데요. 이 영화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각본을 쓴 영화로 자신의 아들이 병원의 실수로 뒤바뀐 다른 이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겪게 되는 한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아이가 뒤바뀐다는 소재가 드라마는 물론 여타 영화 등에서도 적지 않게 다뤄져왔던 소재이기에 신선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진부한 소재를 어떻게 풀어냈길래 평단에서 호평을 받을 수 있었는지 궁금해지더라구요. 그래서 이번에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리뷰해보고자 합니다.




※ 이 리뷰에는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영화를 감상하신 후 읽어보시기를 권하며, 만약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으셨다면 그래서 영화의 평이 궁금하신 것이라면 제일 마지막 부분을 먼저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멋진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누굴 위한 것일까?


  이 영화는 료타의 아들 케이타가 사립유치원에 입학하기 위해 면접을 보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료타 가족의 단란한 생활을 보여줍니다. 료타는 성공한 비즈니스맨입니다. 그 덕에 료타의 가족은 부유한 생활을 영위합니다. 사립유치원에 들어갈 수 있는 것 역시도 그런 환경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었죠. 



  그런 의미에서 아들 케이타에게 료타는 멋진 아버지입니다. 비록 일이 바빠 가족에 큰 관심을 두지는 못하지만 자신처럼 성공한 삶을 살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조금씩 이상한 모습이 목격됩니다. 아내가 어두운 표정으로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고 말하자 료타는 걱정보다는 귀찮은 일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합니다. 게다가 병원에서 아이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나서도 충격보다는 "역시 그랬군"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아내에게는 병원 측의 설명이 충격으로 와닿았지만 료타에게는 케이타가 자신의 기대만큼 성장하고 있지 못한것에 대한 의문이 해결되는 순간이었던 것이죠. 


  료타는 멋진 아버지가 되고 싶었던게 분명합니다. 료타의 친구가 이야기 했던 것 처럼 그에게는 파더컴플렉스가 있었기 때문이었죠. 료타에게는 사랑할 수 있는 아버지가 필요했다기보다 어디 내놓아도 부끄럼이 없을만한 멋진 아버지가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기대는 분명 틀린 것이 었습니다. 멋진 아버지란 타인을 위한 이미지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의 만족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료타는 그것을 깨닫지못하고 케이타를 향한 마음을 조금씩 정리해나갑니다. 멋진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케이타를 위함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었기 때문에 료타에게는 오히려 그것을 제대로 충족해주지 못하는 케이타가 아닌 대체물이 필요한 것이었겠죠.


그렇게 내가 미워했던 아버지가 된다


  료타가족은 병원 측의 주선으로 자신의 친자 류세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와 대면하게 됩니다. 료타의 친자 류세이의 부모는 부유한 자신과는 달리 시골마을에서 전파상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료타는 그런 그들이 못마땅해보입니다. 생활이 여유롭지 못하고 교양도 없는 그들이 료타에겐 멋진 부모가 될 수 없는 자격미달로 보였던 것이죠. 그 와중에 병원 측에서는 서로 아이를 교환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일러줍니다. 어찌보면 지금 키우고 있는 자녀가 친자가 아니니 아이들이 더 자라기 전에 빨리 선택을 하라는 것이었죠. 병원측에서는 추후에 발생할 문제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내세운 해결책인 것이 분명해보였습니다. 



  이러한 병원 측의 제안에 료타와 그의 아내 모두 분노와 함께 걱정스런 마음을 갖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가 조금은 달랐습니다. 아내의 걱정은 케이타를 향합니다.  분명 케이타가 생물학적 친자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지만 6년이란 시간동안 자신이 보듬어 키운 자신의 아들이었기 때문이죠. 때문에 아내는 줄곧 케이타가 받을 상처에 마음 아파합니다. 하지만 료타는 조금 달랐습니다. 료타의 걱정은 오로지 그 부모들만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기대하는 교육관 혹은 이상적 부모상과는 전혀 다른 조건을 갖춘 그들이 그저 탐탁치 않았던 것이죠. 자신의 친자인 류세이가 그런 환경 속에서 자라왔다는 것에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바꾸는데 어려움이 동반될 것이란 걱정을 마음 속에 담아냅니다. 


 

 하지만 아이를 잠시 바꿔서 지내보는 시간동안 그런 료타의 걱정이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들은 경제적으로는 넉넉하지 못했지만 아이에게 좋은 아빠 그리고 좋은 엄마였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인색하지 않았고, 어떻게 자라야한다는 메뉴얼을 강요하기 보다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옆에서 함께해주는 버팀목으로 존재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죠. 반면 료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케이타를 자신의 집에서 밀어내는 과정에 있어서도 차가웠고 친자인 류세이를 자신의 방식에 맞춰 교육시키는 것 그리고 자신을 부모로 인정하도록 강요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료타는 좋은 아버지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과정 속에서 료타는 자신이 미워하던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었습니다. 새엄마를 엄마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어린시절 자신을 다그치던 그 아버지의 모습 그대로 말이죠.





그렇게 좋은 아버지가 된다


  료타에게 케이타의 빈자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류세이를 데려와 정이 드는 과정에서 케이타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며 눈물을 흘리던 아내와 달리 료타는 오롯이 류세이가 자신을 아버지로 인정하기만 기다립니다. 하지만 류세이는 슬픈 순간에도 기쁜 순간에도 자신을 6년간이나 길러준 부모를 그리워합니다. 또한 의도적으로 아이를 바꿔치기한 당시 병원의 간호사를 찾아간 자리에서도 그녀의 아들은 친아들이 아님에도 그녀를 진정한 어머니로 느끼고 또 그 어머니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료타는 자신의 과거에 후회를 느낍니다. 여기에 결정적인 사건으로 자신의 카메라 속에 담긴 자신의 사진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케이타가 자신의 모습을 담아준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료타는 케이타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음을 그리고 자신을 아버지로 인정하는 이 세상에 유일한 존재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료타는 케이타에게 달려가 용서를 구합니다. 아마도 케이타는 멋진 아버지가 되고자 했던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며 좋은 아버지가 되어주기로 마음 먹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료타는 그렇게 아버지가 됩니다.



조미료 없이도 깊은 맛을 낸 고즈넉한 영화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좋았던 것은 일본영화 특유의 감정선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만큼의 감정선이 영화 전반에 묻어납니다. 분노를 말하는 장면에서도 그리고 슬픔을 말하는 장면에서도 이 영화의 감정은 결코 폭발하지 않습니다. 억지스런 눈물과 감동을 요구하지도 않고 관객은 자연스럽게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이 영화를 가슴 속에 담아갈 수 있게 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그것이 지루함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일본영화가 지루하다라고 느끼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 우리처럼 전반부 웃음 후반부 눈물의 공식이 강렬하게 들어있지 않아서 그 이유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한국영화는 조미료가 맛깔나게 들어간 맛집 음식이라면 일본영화는 조미료가 들어있지 않은 정갈한 음식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떤 부모로 살아갈 것인지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저 역시 료타와 같이 멋진 아버지를 그려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통해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그리고 좋은 아버지라는 것은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하튼 이 영화가 주는 감동과 여운을 극장안에서 모두 쏟아내지 않고 가슴 한구석에 담아 집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당신의 가슴을 한뼘 자라나게 할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 영화를 볼까말까 고민하는 미래의 아버지들에게


  개인적으로 제가 보았던 일본영화 중 가장 좋았던 영화라고 생각되는 만큼 많은 분들께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이야기의 구성, 배우들의 연기 모두 부족함 없이 너무 빠져서 보았네요. 적은 상영관에서 상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7만명의 관객이 관람하였을 정도로 전문가 뿐 아니라 일반관객의 평도 좋으니 이 영화를 볼까말까 고민하시는 분이라면 꼭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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