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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지 시선으로 본 박쥐

맥주와 팝콘-Movie

by 다락방지기 2013. 3. 11.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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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지 시선으로 본 박쥐


개봉한지는 좀 된 영화이지만

이전에 제가 리뷰해 놓은 글이 있

한번 올려봅니다!

박쥐라는 영화를 네가지의 테마로

살펴본 리뷰입니다.






박쥐 (2009)

Thirst 
5.2
감독
박찬욱
출연
송강호, 김옥빈, 신하균, 김해숙, 박인환
정보
로맨스/멜로 | 한국 | 133 분 | 200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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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시선. 제목으로 본 영화 박쥐 : 박쥐(Thirst) 


 영화에 있어 제목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 그것을 함축적인 메세지로 전달하는 매개체가 바로 제목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박쥐의 제목을 조금 더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쥐의 영문제목은 Thirst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갈증, 목마름을 나타내는 명사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박쥐(Thirst)는 주제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 답은 인간의 악한 본성과 본능이다. 감독은 인간이 갖는 악이라는 본성과 본능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자신의 본능을 절제하는 신부 상현을 등장시킨다. 그리고 무너지는 신부 상현의 모습을 통해 인간이 갖는 악마적 본성이 어떤 것인지를 이야기 한다. 그렇다면 영화 박쥐는 인간의 본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이성을 통한 절제가 아닌 동물적 본능을 수용하고 서로를 선택한 상현과 태주의 달콤함은 영화에서 무척이나 짧다. 또한 그 과정은 매우 음침하고 비밀스럽게 묘사된다. 다시 말해 인간의 악이라는 본능은 어둡고 비밀스러운 곳에 숨어있다는 이미지를 갖는 것이다. 또한 태양 앞에서 불 타 없어져버리는 상현과 태주의 최후 역시 어둠의 반대인 태양이 그들을 소거시켜버리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악이라는 본능의 부정적 의미를 다시 한번 강렬하게 전달하고 있다. 





두 번째 시선. 등장인물로 본 영화 박쥐 : 상현 – 태주 – 라여사


   

  주인공 상현은 수혈을 통해 뱀파이어가 된다. 이는 본인의 선택이 아닌 우연으로 인한 결과이다. 상현 역시 이것을 자신의 방어기제로 삼는다. 마치 빵을 훔친 도둑이 빵을 훔친 것은 자신의 탓이라기 보다는  참을 수 없는 배고픔과 같은 즉 거부할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이었다고 항변하듯이 상현은 태주에게 그리고 늙은 신부에게 흡혈은 자신이 의도한 것이 아님을 끊임없이 주장한다. 그리고 그는 자기 합리화에 빠져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은 나락으로 끊임없이 추락한다. 하지만 친구의 아내를 빼앗고 자신을 믿는 신도의 피를 빨며 목숨을 부지하는 그의 모습은 뱀파이어라기보다는 악행을 저지르는 타락한 인간의 모습에 가깝다.  여기서 아이러니하게도 상현이 신부라는 것이 상현의 모습을 보다 많은 인간의 모습으로 일반화 할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평생 자기자신의 본능을 억제하며 살아가는 신부도 본능을 억제할 수 없는데 일반 사람들에게 그것이 불가능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논리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반면 태주는 억압받고 착취당하며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타인에 의해 본능을 억제 당하는 나약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태주가 집에서 땀을 흘리는 모습은 마치 만원 버스 안에서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불쾌감을 떠오르게 한다. 움직이고 싶어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고 그저 버스가 가는 방향으로 그대로 흘러 가야 하는 그 모습 말이다. 태주는 만원버스에 몸을 실은 사람처럼 자신의 본능을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속박 당한 채 그 집에서 살아간다. 태주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본능은 몽유병으로 포장된 한밤중의 달리기가 전부이다. 그녀의 본능이 허락되는 공간은 오로지 아무도 보지 않는 어둠 속 밖에 없는 것이다. 태주는 억압된 본능을 표출시킬 수 있는 상현을 만나게 되고 그가 가진 뱀파이어 혈액을 수혈 받게 되면서 자신의 본능과 욕망을 분출해내기 시작한다. 상현에게 거짓으로 자신이 학대 받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과 상현이 태주를 살려내기 위해 서로의 피를 빠는 장면은 이러한 과정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태주가 본능을 표출하게 된 후에도 그녀는 어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녀가 본능을 표출할 수 있도록 허락된 공간은 여전히 어둠 속 뿐 이다. 뱀파이어는 밤에만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주와 대립되는 인물인 라여사 역시 흥미롭다. 낮에는 한복집에서 우아한 자태로 앉아 자신의 본능을 억누르지만 영업시간이 끝나는 순간 자신의 본능을 표출하기 시작한다. 영업시간이 끝나는 6시가 되기만을 기다리다 시간이 되자 부리나케 집으로 들어가 버리는 모습은 본능을 억누르는 공간을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처럼 보여진다. 라여사에게 집이라는 공간은 본능을 마음껏 표출해낼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집 안에서 라여사는 태주에게 아들의 부양을 강요하며 태주의 본능을 직접적으로 억압한다. 그 과정에서 태주의 뺨을 때리기도 하고 욕설을 퍼붓기도 한다. 하지만 태주가 완벽하게 악한 본능을 표출하게 된 순간 그녀는 식물인간이 된다. 이를 통해 그녀의 본능은 반대로 태주에게 억제된다.. 결국 태주에 의해 자신의 본능을 억압당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렇듯 상현은 태주의 본능을 표출시키고 동시에 태주의 본능을 억압하던 라여사의 본능을 억제하는 인물간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이는 인간이 가진 악한 본성과 본능은 자신만을 위한 혹은 자신만을 해치는 존재가 아니라 상대방을 억압하는 도구로 변질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은유적 표현이다. 그런 의미에서 각 각의 등장인물들은 박쥐가 가진 주제를 설명하는데 적합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세 번째 시선. 소재로 본 영화 박쥐 : 뱀파이어의 피


            영화의 시작점에 상현에게 수혈되는 뱀파이어의 피는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치이다. 뱀파이어의 피는 고전 ‘트리스탄과 이즈’에서 두 남녀의 절대적 사랑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된 사랑의 묘약처럼 본능이라는 보이지 않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로 등장한다. 뱀파이어의 피는 상현을 시발점으로 태주, 늙은 신부의 내면에 숨겨진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근엄한 종교인이었던 늙은 신부조차 뱀파이어의 피가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신비로운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자 자신에게 뱀파이어의 피를 좀 나누어달라며 혀를 내미는 추악한 모습을 보이게 되는 등 뱀파이어 피는 인간의 내면에 내재하는 본성을 끌어내는 장치로 활용된다. 




네 번째 시선. 모티브로 본 영화 박쥐 : 소설 ‘테레즈 라캥’


박찬욱 감독이 밝혔듯 영화 박쥐는 에밀졸라의 소설 ‘테레즈 라캥’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그렇다 보니 두 작품은 똑같지는 않지만 유사한 부분들이 많다. 먼저 상현과 태주, 강우 그리고 라여사 관계는 ‘테레즈 라캥’ 속의 로랑, 테레즈, 카미유, 라캥의 관계와 같으며 그 속에서 나타나는 불륜과 살인 그리고 최후의 모습 역시도 에밀졸라의 소설에서 차용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소설을 있는 그대로 필름에 옮겨내지는 않았다. 그 예가 바로 소설 속에서 테레즈가 카미유의 환영에 시달리는 부분이다. 박쥐는 이 장면을 무거운 돌을 지고 있는 강우가 상현과 태주 사이에 누워있는 모습으로 표현함으로써 소설에서 표현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직접적인 영상으로 표현 해낸다. 또한 소설 속의 로랑을 상현으로 만들어내며 그를 중심부로 내세우고 신부라는 직업을 덧칠해낸 것 또한 영화 ‘박쥐’가 갖는 독창적인 부분이다. 당시 에밀 졸라가 소설 ‘테레즈 라캥’을 통해 독자들에게 ‘너희들은 얼마나 깨끗한데?’라는 비소를 날렸듯이 영화 ‘박쥐’에선 상현의 직업을 신부로 설정해 보다 명확하고 깔끔하게 관객을 제압해버린다. 다시 말해 ‘스스로 본능을 억제한다는 신부도 이런데 너희들이?’라는 보다 강력한 의미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렇듯 영화의 모티브가 된 ‘테레즈 라캥’과 이를 통해 완성된 영화 ‘박쥐’는 닮은 듯 하면서도 다른 색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하나하나 풀어헤쳐보지 않으면 단순하게 기괴한 영화 같아보인다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습니다. 과거의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는 단순하게 흥미적인 요소만 가지고도 접근이 가능했는데 어느샌가부터 작가주의 성향이 매우 강렬져 대중들의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 개인적으로는 양쪽 다 나쁘지 않긴 합니다. 암튼 최근에는 '스토커'라는 헐리웃 데뷔작이 개봉했던데 그것도 함 보러가봐야 겠습니다. 그럼 영화 박쥐의 리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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