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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영화 '소원'의 외침에 귀기울여야 하는 이유

맥주와 팝콘-Movie

by 다락방지기 2013. 10. 7.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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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2013)

8.7
감독
이준익
출연
설경구, 엄지원, 이레, 김해숙, 김상호
정보
드라마 | 한국 | 123 분 | 2013-10-02



오늘은 현재 극장가의 화제작 '소원'을 리뷰하고자 합니다.

큰 반전이 있거나 한 영화는 아니지만 리뷰하는 과정에 

전반적인 영화의 내용을 소개하였으므로


영화를 관람하기 전보다는 후에 읽어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여덟 살의 어린소녀를 성폭행해 영구장애를 입힌 소위 나영이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가 바로 이준익 감독의 '소원'입니다. 사실 처음 나영이 사건이 영화화 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을 때 우려의 시선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이 일이 계속적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달갑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피해를 당한 나영이(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나영이라는 이름은 가명입니다)는 아직도 어린 소녀입니다.. 



도가니와는 다른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다


  오늘 이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며 그 우려를 걷어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영화가 주는 희망적인 메세지와 새로운 시각 덕분이었습니다. 2011년 화제작이었던 '도가니'의 경우에는 사건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과 가해자의 처벌에 대한 주목에 영화의 대부분을 쏟아부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범행과정이 어땠는지 또 그 잔혹함이 어때는지를 집중적으로 부각합니다. 물론 그 덕에 도가니 사건은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그 사건에 주목할 수 있게 하였고 그로인해 가해자의 처벌에도 더욱 힘을 싣게 하는 기폭제 역할을 맡아주었습니다. 하지만 도가니는 피해자를 가여운 눈으로 지켜볼 뿐 그들을 보듬어주는 것에 있어서는 부족함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소원'은 달랐습니다. '소원'은 가해자의 처벌보다는 피해자의 치유에 더 힘을 싣고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영화의 전반적인 부분은 사건보다는 소원이의 치유과정이 주된 내용입니다. 바로 아픈 기억을 딛고 다시 집으로 그리고 학교로 또 세상으로 돌아가는 소원이의 작은 발걸음에 주목해준 것이죠. 






상처를 열어 보이기 보다는 치유의 과정에 주목하다


  소원이와 소원이의 가족들이 사건직후 가해자만큼이나 두려움을 가진 대상은 친구와 이웃 그리고 세상의 시선이었습니다. 혹시나 그들이 이 사실을 알게되지 않을까 그리고 손가락질 받게되진 않을까.. 그렇기에 소원이는 자신이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을 때도 긴시간의 부재를 어떤 이유로 설명해야할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또 등교길에는 인공항문에 달린 배변주머니를 친구들에게 들키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어쩌면 가해자와의 싸움이 끝나도 소원이는 세상사람들과 매일매일 싸워야했을 겁니다. 언론은 이 끔찍한 사건을 대서특필하며 이슈화하는데만 열중하였고 대중들 역시 열을 올리며 가해자의 강력한 처벌을 주장하는데만 급급했습니다. 물론 가해자의 강력한 처벌은 필요합니다. 또한 이러한 끔찍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일 것입니다. 






소원이를 일으켜준 친구들의 스케치북과 알림장


  소원이는 병원에서 퇴원하는 날 집으로 돌아간다는 설레임보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 이유는 바로 세상과 마주해야하는 순간이 찾아왔기 때문이었겠죠.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창 밖으로 사건현장을 마주하며 다시금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소원이를 다시 일으켜 준 것은 그녀의 집 앞을 도배한 친구들의 응원이었습니다. 친구들은 소원이를 위해 서툰 솜씨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학교에 나오지 못한 소원이를 위해 알림장을 붙여주었습니다. 소원이는 그것을 하나하나 읽어가며 다시금 학교로 돌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됩니다. 또한 소원이가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도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한 학부모들의 성금 그리고 자신의 적금까지 깨면서 소원이의 병원비를 보태주는 소원이 아버지의 친구분의 모습을 보여주며 소원이를 향한 세상의 응원을 보여줍니다. 그것은 값싼 동정을 그려낸 것이 아니었습니다. 끔찍한 사건에 대해 모두들 알고는 있었지만 소원이의 새출발을 위해 따뜻한 포옹을 선물하고 싶었던 그들의 진실된 마음이었겠죠.






코코몽이 되어야만 했던 아빠


  이 영화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이야기는 아빠(설경구 분)을 소재로한 소원이의 치유 모습입니다. 소원이의 배변주머니가 빠져 소원이의 바지를 벗기려던 아빠를 보며 소원이는 사건의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되고 결국 소원이는 아빠를 거부하게 됩니다. 그것은 아빠가 미웠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사건직후 만신창이가 되어서도 소원이는 바쁜 아빠와 엄마를 걱정하며 112에 직접 도움을 요청할 정도 였으니까요... 참으로 마음 아픈 일이죠.. 이러한 소원이의 마음을 알았는지 아빠는 소원이가 가장 좋아하는 코코몽 탈을 쓰고 자신의 존재를 숨긴채 소원이의 상처가 치유되길 기다립니다. 남성으로써의 자신을 두려워하는 소원이를 위해 아빠는 코코몽의 탈을 쓰고 매일밤 병실을 찾아가고 퇴원 후에는 학교도 찾아가며 심지어는 담임선생님에게 까지 코코몽 옷을 입고 찾아가 당부사항을 전합니다. 이러한 아빠의 노력을 느꼈던 것일까요 소원이는 스스로 트라우마를 극복해내고 코코몽 탈 속의 아빠를 자신의 곁으로 불러냅니다. 이러한 눈물겨운 아빠의 노력은 소원이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과정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또 그 과정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알게합니다.





강력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공판장면에서는 이러한 메세지를 다시한번 또렷하게 전달하고자 하는데요. 만취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가해자는 고작 12년이라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형량을 선고받게 됩니다. 이에 광분한 소원의 아버지는 검사명패를 들고 그를 해하려 하죠. 하지만 그 때 소원이는 아버지의 다리를 붙잡으며 아빠의 분노를 어루만집니다. 아마도 소원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과 가족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그것이 아니었을까요? 물론 그런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는 극형을 선고받는다고 해도 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처벌이 있다고해도 소원이의 상처를 완전히 치유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떠한 처벌이 동반된다 한들 소원이의 가슴 속 깊은 상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는 않는 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도 소원이의 코코몽이 되어주세요!


  지금 우리사회는 가해자를 더 돋보이게 합니다. 그가 저지른 사건 그리고 그가 선고받은 형량의 정도 그 과정에서 우리는 피해자의 치유를 응원하기 보다는 피해자를 동정할 뿐 그 치유에 관심갖지 않습니다. 줄곧 말했지만 가해자의 강력한 처벌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에만 시선을 둔다면 피해자는 영원히 상처입은 피해자로 머무르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 영화를 통해 우리가 느껴야 할 것은 피해자의 낙인으로 소원이를 덧씌우는 것이 아니라 다시 세상 속에서 소원이가 빛날 수 있도록 얼굴 없는 코코몽이 되어 그녀를 응원해 주는 것이 아닐까요? 


  이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우리 주변의 수많은 소원를 어떻게 보듬어주고 지켜줄 것인지 다시금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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