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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작가의 정글만리, 중국 어디까지 가봤니?

부끄럽-BooKLuv

by 다락방지기 2013. 11. 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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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로 성장할 것이라 예측했던 중국,

그 기대에 걸맞게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G2의 자리에 안착해버렸습니다.

이제 중국 앞에는 미국만이 남아있는 형국이죠.

하지만 그에 반해 우리가 인식하는 중국은 조금은 다릅니다.


짝퉁, 더러움, 시끄러움 등과 같은 온갖 부정적인 이미지가 중국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감싸고 있습니다.

그로인해 어쩌면 우리는 중국을 단숨에 부자가 된 졸부쯤으로 여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중국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정글과도 같은 비즈니스 그리고 중국의 랜드마크 만리장성, 그래서 정글만리


  한국인에게 최고의 소설로 꼽히는 태백산맥을 집필한 것으로 유명한 작가 조정래는 이러한 시선에 의문을 품고 중국에 관한 소설을 쓰기 시작하였고, 여기서 정글만리가 탄생하게 되었다고 회고합니다. 정글만리는 정글과 만리장성을 합친 말입니다. 즉, 정글과도 같은 비즈니스 세계와 중국의 랜드마크 만리장성을 하나도 엮음으로써 중국 안에서의 비즈니스맨들의 사투를 보여주겠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중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와 관습 등을 여과없이 보여줍니다.





20년에 걸쳐 완성한 이야기와 인물들


  작가 조정래는 1980년대에 중국을 처음 접하고 그 후 6년쯤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중국을 찾아 정글만리를 위한 취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소설이 출간된 것이 2013년이니까 소설을 취재와 집필에 20년이라는 세월을 쏟아부은 것이죠. 덕분에 소설 속의 인물들은 그 숫자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입체적이고 개성이 또렷합니다. 일반적인 소설들이 한 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시작하여 주변인물들을 구성함과 달리 정글만리는 에피소드별로 중심인물들을 따로 설정합니다. 예를 들어 정글만리의 가장 첫 장 '깨끗한 돈, 더러운 돈'에서는 서하원이 중심적 인물로 그려지고 전대광은 주변인물인 것처럼 묘사되지만 두번째 장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에서는 전대광이 전면에 그리고 또 '송재형'이라는 또다른 중심인물을 등장시킵니다. 이렇듯 인물과 인물을 타고 다양한 인물과 이야기가 등장해 쉴새없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 구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인물들 모두가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유기적으로 관계되고 있다는 것이죠. 덕분에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재미!


  흔히 책을 읽는 것은 공부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해서 책이 학습의 도구인 것만은 아닙니다. 따라서 책에 있어 특히 소설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흥미를 일으킬 수 있는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느냐는 것일겁니다. 그런 부분에 있어 정글만리는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어렵지않게 읽히고 또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흡입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죠. 덕분에 1권부터 3권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내용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재밌는 영화 혹은 드라마 한 편을 본 것만 같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책이라는 매체에 거부감을 가지신 분이라면 그 색안경을 벗을 수 있을만한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의 세계가 투영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하지만 정글만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무결한 이야기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작가는 중국을 새롭게 조명하고 그 안의 의미를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했다고 하지만 어쨌든 소설은 작가라는 한 개인이 만든 세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그 안에 넘치듯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작가가 가진 세계관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는 다시말해 정글만리 속의 중국은 중국 그 자체가 아니라 작가 조정래가 바라본 중국의 한 부분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오랜 시간의 자료수집 덕에 생각보다 깊고 세세한 부분까지 조명한 느낌은 있습니다만 모든 것을 신뢰할 수 있을지는 사실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비유적으로 든다면 많은 사람들은 군인들이 초코파이에 환장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훈련소에서 훈련중인 군인을 제외한 전국 부대의 군인들에게 초코파이는 그냥 초코파이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군인은 모두 초코파이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죠. 외부인의 관점에서 일부분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그러한 오류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만약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작가가 군대에 관한 소설을 쓴다면 그 안의 인물들에게 초코파이가 갖는 의미가 특별한 것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 안의 인물들은 모두 작가가 만들어낸 인물들이다보니까요. 즉, 작가가 모르는 것은 이야기 속에 절대로 등장할 수 없습니다. 반면 틀린 것이 정답으로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 한 드라마의 경우 등장인물 전원이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다르다'라고 언급되어야 할 대사가 '틀리다'로 언급되는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안의 모든 인물이말이죠. 그것은 즉, 작가가 그 개념을 혼동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것입니다. 물론 정글만리에서 그러한 오류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집어낼 수는 없었습니다. 저 역시 중국에 있어서는 문외한이니까요. 그래서 중국인이 이 이야기를 보았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조금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이와 관련한 포스팅을 해볼까도 생각중입니다. 대신 제가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은 '송재형'과 '리엔링'에 관한 에피소드들이었습니다. 20대 초반의 대학생으로 그려진 이 두 인물들은 말그대로 아직 어린 청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가는 1943년에 태어난 원로입니다. 따라서 그 두 인물의 젊음은 1943년이 바라보는 청춘 안에 갇혀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둘의 대화라던지 혹은 다른 인물과의 대화에서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어투와는 사뭇 다른 대화가 오간다던지 그런 부분이 조금은 거슬리더라구요. 단적으로 예를 든다면 '립스틱'을 '루주'라고 표현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몰입감을 저해하는 요소가 보였습니다. 즉, 인물 자체가 보인다기보다는 작가가 만들어낸 인물로 보여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렇듯 소설은 한 사람이 만들어낸 세계가 그려짐을 상기하고 볼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글만리는 읽어 볼 가치가 있다!


   정글만리는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랭크되었고 지금까지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소설임이 분명합니다. 많이 팔리는 책이 꼭 좋은 책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관심을 가질만한 요소가 있음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특정한 관점에 따라 접근했다고 할지라도 멘쯔, 만만디, 런타이둬 같은 키워드들은 중국을 이해하는데 분명 필요한 키워드인 것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정글만리를 통해 중국의 또 다른 면을 바라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정글만리가 베스트셀러에 몇 달째 오른 관계로 이미 읽어보신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아직 접하지 못한 분이 계시다면 추천소설로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조정래 작가의 말대로 중국은 분명 우리가 마주할 커다란 미래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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